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7.31 17:05
차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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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상반기 실적발표 결과가 나온 뒤, 우리은행은 곧바로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경영전략회의를 주관한 조병규 은행장은 "우리 현 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하자"고 임직원들에게 호소했다.

반성의 자세를 갖자는 의미인데 현실은 더 냉혹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조병규 은행장은 기업금융을 통해 명가 부활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성적에서 예상보다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상반기 기업금융 성장률 선두는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대기업대출 32%, 중소기업대출 4.4% 증가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증가율이 1%대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하반기 기업대출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지만 현장에선 하나은행의 공세가 매섭다. 매일 법인 거래처를 하나은행에 뺏겼단 한숨 가득한 소리가 익명 게시판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렇게 우리은행이 허둥지둥하고 있는 사이 농협은행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금융지주 실적으론 비은행 계열사가 적어 역전을 허용하더라도 은행 성적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4780억원으로 농협은행보다 2311억원 앞서 있다. 단, 농업지원사업비을 부담하기 전 순이익으로 비교하면 불과 1094억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

우리은행은 과거 모범생으로 불렸을 정도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항상 수위 경쟁을 했던 은행인데 이제는 4등 자리도 위태로운 게 현실이다.

반등 기회는 역시 기업영업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영업은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니다.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파생되는 영업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예가 퇴직연금 시장이다. 특히 지난 12일부터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쏠렸다. 신한은행이 2분기에만 3333억원을 끌어들인 반면 우리은행은 636억원밖에 유치하지 못했다. DC형의 경우 8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기업영업이 침체돼 있다.

반전을 위해선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최근 홍콩빌딩펀드, 아시아무역금융펀드 등 사모펀드 손실 보전을 결정한 이유도 기업고객을 달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 정도 대응만으로 고객이 돌아오기 힘들단 진단도 나온다. 지금까지 나온 대응책은 우량 고객만을 품는 전략이다.

과거 우리은행이 매번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성장력이 있는 기업을 먼저 발굴하고 상생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2011년 우리은행은 '뽀로로' 캐릭터를 만든 오콘이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29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해준 기억이 생생하다. 이 사례가 2023년 우리가 바라는 은행을 과거에서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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