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8.13 08:00
파리 주요 명소를 순회하며 부산을 알리고 BIE 총회장과 리셉션장을 오가며 이동을 지원할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파리 주요 명소를 순회하며 2030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알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지난해까지 하늘을 찌르던 전기차 인기가 올해 들면서 '확' 식었다. 이에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은 돌파 전략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보급형 전기차, 저가 배터리를 내세우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더뎌지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94%, 2022년 67%에서 올해 상반기 50%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재고도 상당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전기차 재고는 9만2000대로,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보다 4배가량 많다. 블룸버그통신도 재고 소진에 92일 소요되는 규모라며 '과잉 재고'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관측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성장률이 44% 증가하긴 했지만, 지난해(93%)와 비교할 때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지급했던 200억위안(약 35조8300억원)규모의 보조금을 올해부터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고가 산처럼 쌓이고, 도산·파산하는 회사가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유럽연합(EU)은 인센티브 비용 증가 등으로 수요 위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전력비가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충전비가 휘발유 가격을 훌쩍 넘는 현상도 보다. 

이에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판매를 줄이거나 가격 인하 전략을 세우고 있다. 포드는 지난달 28일 실시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내 전기차 6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 달성 시점을 2024년으로 미뤘다. 또한 최근 전기 픽업트럭 가격을 최대 1만달러(약 1300만원)까지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도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완성차 업체는 어쩔 수 없이 중국 기업이 양산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LFP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1회 주행거리가 짧고, 안전성도ㅡ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싸다는 강점 하나만으로 전기차 탑재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에는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전기차 채택 비율은 LFP 배터리가 27.2%, NCM 배터리가 61.3%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NCM 배터리만 양산했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서둘러 저가형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2025년부터 LFP 배터리 생산을 공식화했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을 시작으로 전기차용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조원을 투자, 16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한 중국 장쑤성에 있는 삼원계 생산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LFP 시장 확대 가능성과 고객 수요 및 이슈 등을 파악해 전기차용 LFP 진출을 검토 중"이라며 "향후 전기차용 LFP는 고성능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적용 계획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지난 3월에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LFP 시제품을 최초 공개했다. 저온에서 50~70% 줄어드는 주행거리를 70~80%까지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는 LFP 대신 코발트를 망간 등으로 대체하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로 저가형 배터리 시장을 공략한다. 기존 NCM 배터리에서 가격이 높은 코발트를 다른 금속으로 대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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