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8.22 13:11

55년 만에 전경련 명칭 버려…류진 신임 회장 "국민 신뢰 회복 기여 위해 수락"

류진(왼쪽 세번째) 한국경제인협회 신임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류진(왼쪽 세번째) 한국경제인협회 신임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위상이 급락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대적 쇄신에 나선다. 기관명부터 회장까지 모두 바꾸며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도 발표했다. 김병준 직무대행 이전 전경련을 이끌던 최장수 회장 허창수 GS명예회장은 한경협 명예회장 자리에 올랐다.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55년 전경련 역사를 뒤로하고 한경협 시대로 나아간다. 1961년 출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부족한 저에게 중책 맡겨줘서 감사드린다. 영광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간 수고해 준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과 회장단에도 감사드린다. 이 순간부터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스스로 적임자인지 고심했다. 결국 회장직을 수락하기로 결심한 이유 몇 가지가 있다"며 "첫째 최우선 과제인 국민 신뢰 회복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가진 국제무대 경험도 우리 경제가 글로벌에서 활로를 찾는 데 기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류 회장은 한경협 새 출발을 준비하며 ▲한국 경제 글로벌 도약의 선두 ▲국민과 함께하는 동반자 ▲어두운 과거와의 결별 등 세 가지 과제 해결을 위해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진 전경련 회장이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경협)
류진 전경련 회장이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경협)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전경련이 최초 설립될 당시 사용했던 기관명이다. 통상적으로 쓰이는 기업인 대신 경국제민을 뜻하는 경제(經濟)에 인(人)을 붙인 경제인이란 용어를 썼다. '나라를 올바르게 하고 백성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초창기 회장단의 의지가 반영된 이름이다.

전경련이 지난 55년간 사용한 명칭까지 바꾸며 새 출발에 나서는 것은 대대적 쇄신을 통해 바닥까지 추락한 과거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과거 전경련은 '경제계 맏형'으로 불리며 명실상부한 재계 경제단체 중심 역할을 해왔다.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한 건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하며 깊숙이 개입한 점이 드러나며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탈퇴하면서 회원사가 600여 개에서 450여 개로 크게 줄었다.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낙인이 찍혀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한 각종 행사와 해외 순방에서 철저히 제외되는 수모도 당했다.

전경련은 이번 명칭 변경과 새 회장 추대를 계기로 대대적 쇄신에 나서 본격적인 존재감 회복에 나선다. 특히 전경련이 가진 강점을 살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싱크탱크는 특정 집단이나 세력의 사회적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정책 형성에 필요한 정책 지식을 가공하고 생산해 내는 조직체를 뜻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기업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수준의 수동적 연구를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선제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정책 개발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전경련은 산하 경제·기업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는 안건도 이날 의결했다. 

한경연을 흡수·통합하면서 과거 위상 회복의 핵심 조건인 4대 그룹 복귀도 이뤄졌다.

4대 그룹 일부 계열사는 전경련 탈퇴 이후에도 산하 기관인 한경연 회원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경협이 한경연을 흡수·통합한 뒤 회원명부를 이관할 경우, 이들 계열사들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한경협 회원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에 따라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힌 삼성증권을 제외한 4대 그룹 일부 계열사가 한경협 회원사로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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