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9.03 07:00

올 상반기  中 배터리 3사 점유율 56.8% 달해…화재 안전성·가격 경쟁력 '매력'

KG모빌리티의 중형급 전기 SUV '토레스 EVX' 전면부 모습. (사진제공=KG모빌리티)
KG모빌리티의 중형급 전기 SUV '토레스 EVX' 전면부 모습. (사진제공=KG모빌리티)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완성차 업계 사이에서 중국산 LFP 배터리가 인기몰이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계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간 NCM배터리에 주력해온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부리나케 LFP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중국 배터리 장착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KG모빌리티는 이달 중 중국 BYD의 73.4kWh 용량 블레이드 LFP를 탑재한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얇고 긴 셀 형태로 탑재 효율을 높여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LFP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수천억원의 배터리 공급을 시작으로 현재 코나 일렉트릭, 기아 레이 EV 등에 CATL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쩡위친 CATL 최고경영자(CEO)와 협력 강화를 논의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CATL 배터리 사용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르노코리아도 2026년 전기차 생산 개시를 목표로 중국을 포함한 다수의 배터리 기업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2023에서 SK온이 전시한 LFP배터리 시제품. (사진=고지혜 기자)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2023에서 SK온이 전시한 LFP배터리 시제품. (사진=고지혜 기자) 

이처럼 국내 완성차 업계가 그동안 싸구려 취급했던 중국 LFP에 연연해하는 이유는 완성차 업계 사이에서 저가 시장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미국·중국·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판매성장률이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포드가 전기차 60만대를 올해 안으로 판매하겠다던 계획을 2024년으로 미룰 정도다. 판매 감소를 막기 위해 완성차 업계는 판매가·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고, 그렇게 이들이 발견한 대안으로 LFP가 주목받고 있다. 

LFP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1회 주행거리가 짧고, 저온일 때 성능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부각되던 배터리였다. 하지만 화재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완성차 업계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테슬라는 지난 7월 CATL의 LFP를 탑재한 중형 SUV 모델Y를 출시했다. 가격이 기존 대비 2000만원 가량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LFP를 독점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손쉽게 얻어냈다. 지난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CATL·BYD·CALB)는 절반 이상(56.8%)을 차지했다. 이는 국내 기업 점유율(23.9%)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기세를 몰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한국에서 LFP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한국 기업들은 총 5조1000억원(약 40억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로 한국 내 5개 공장을 신설한다.

이에 마음이 급해진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뒤늦게 중국에 대응할 저가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3월 LFP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삼성SDI는 울산 공장에 국내 첫 LFP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개발한다해도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따라잡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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