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9.14 14:33

가계대출 늘면서 금융불균형 위험 확대…"꾸준한 조정 노력 필요"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은 14일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 수준이다. 올해 1월 3.25%에서 3.50%로 인상된 뒤 2월부터 4월과 5월, 7월, 8월에 걸쳐 5번의 연속된 회의에서 모두 동결됐다.

한은은 이날 한국은행법 제96조에 따라 작성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 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기준금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년 5월 사상 최저인 0.50%로 낮아졌다. 한은은 누증된 금융 불균형 위험에 대응하고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2021년 8월과 11월 두 차례 인상으로 1.0%가 된 기준금리는 지난해 8번의 회의에서 7번 올랐다. 두 차례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과 5번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1년 사이 2.25%포인트 인상됐다. 올해 1월 0.25%포인트 인상으로 3.5%에 도달한 기준금리는 이후 동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한편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완만하게 하락했다. 다만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 전환하고 은행 가계대출도 증가규모가 확대되면서 금융불균형 해소가 지연되거나 누증이 재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부동산 부문이 경제 규모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며 금융시스템 내 관련 익스포져도 확대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이후 증가 전환됐다. 이는 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 여신금리 하락,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가계대출 감소를 주도했던 신용대출의 상환 흐름도 축소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주택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상승할 경우,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소지도 있다.

1~8월 중 은행 가계대출은 17조원 늘었다. 1~3월 중 8조2000억원 감소했던 만큼, 최근 증가폭은 우려되는 수준이다. 8월에는 6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7~8월 중 다수의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다고 판단해 상환능력이 입증되기 어려운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고 DSR 산정시 일정수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완화되기 시작했던 금융불균형의 정도가 최근 들어 재차 누증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중장기 안정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금융불균형이 일정수준 이하에서 관리돼야 하는 만큼 꾸준한 조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가계부채의 질서있는 디레버리징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국내 금융불균형 누증에는 부동산 부문이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은 긴 시계에서 일관되게 수립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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