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21 17:06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승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룹의 역점사업에 신 상무를 재차 등장시키면서 차기 후계자의 리더십 구축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상무는 오는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에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신 회장과 신 상무를 비롯해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 마트·슈퍼 대표 등 계열사 사장단이 총출동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베트남 출장에 신 상무와 동행해 공식석상 데뷔 무대를 마련해줬다. 당시 신 회장은 신 상무와 함께 응우옌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 롯데그룹이 대를 이어 베트남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을 간접 암시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에도 신 상무를 호출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과를 내는 베트남 사업을 통해 신 상무의 경영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롯데 3세의 후계자 구도를 명확히 하면서 리더십의 조기 확보도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베트남에서 유통에 머물지 않고, 스마트시티·화학·물류 등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도 신 상무에게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신 상무가 롯데케미칼에 몸담고 있지만, 화학과 유통을 연결하는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면 경영 능력을 빠르게 입증할 수 있다.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총면적 35만4000㎡(약 10만7000평)에 쇼핑몰과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채널과 콘텐츠를 집대성했다. 현지 최대 쇼핑 복합물로 베트남을 한국과 일본에 이은 ‘제3의 롯데’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롯데그룹의 베트남 실적은 괄목할 수준이다. 베트남에서 롯데쇼핑의 매출은 2013년 1377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906억원, 올해 상반기 19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가파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국민총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과 1억명 이상의 인구, 젊은 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점도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신 상무가 몸담은 롯데케미칼이 적자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신 상무를 베트남 사업에 우선 노출하려는 전략적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베트남 사업은 신 회장이 10년 동안 초석을 닦으면서 궤도 안에 들어왔다”며 “베트남 무대는 신 상무에게는 경영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