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9.26 15:07

한투연 "16년째 이어지는 박스피 원인 중 하나"
박순혁 "공매도 가능 대상 전 종목으로 확대해야"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전면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반투자자들의 공매도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전문가들은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김경협 의원 주최로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지난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불법공매도가 기승하고 있고,  공매도가 박스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김경협 의원은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전면 재개가 된 것도 아닌데 올해 상반기 불법 공매도 적발과 제재건수가 역대 최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모니터링과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식시장에는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며 "공정성을 전제로 한 경쟁시장에서 우리의 공매도 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이미 승패가 결정된 운동장'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는 자본시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공매도의 제한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무위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기관투자자와 개인의 자본과 정보를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정무위 전체회의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발제를 맡은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와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불법공매도 근절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왕 교수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 사전 모니터링, 사후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사후 처벌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지만, 사전적으로 불법공매도 특히,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공매도 세력이 악성 루머까지 퍼뜨리기도 하면서 주가 하락을 유발하고,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손절매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 불법 공매도는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왕 교수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중심으로 언급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낮췄고, 기관과 외국인은 105~120% 수준"이라며 "개인의 대주상환기한은 무제한으로, 개인에 대한 공매도 제약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통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변동성을 안정화 시키고 가격발견에 기여했다"며 "또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는 "공매도에 대한 추가적인 제약을 할 경우 외국인의 자본 이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과거 3차례의 공매도 금지 시기에도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연구결과는 없다"고 단언했다.

공매도 전 종목 확대에 대해선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편입된 종목에 한해서 공매도가 가능한데, 주가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에서 공매도 거래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전문가와 일반투자자 대표의 주장이 엇갈렸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공매도라는 것이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증권시장 또는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아젠다라고 보지 않는다"며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하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공매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규제 여부에 따라 GDP나 경제 성장률 또는 조금 더 미시적으로 기업의 고용이나 생산이 현격하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빈 교수는 "공매도보다 경영진의 배임과 횡령, 주가 조작을 규제로 또는 기술로 사전에 어떻게 막고 사후 적발시 처벌을 얼마나 강하게 해야 재발하지 않을까가 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안 오른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한다는 것이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의 인과성에 대한 주장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개인들이 굳이 공매도까지 하면서 주식 거래를 해야되는지도 의문이고 그런 분들이 있다면 전적으로 말리고 싶다"고 전했다.

박순혁(왼쪽부터) 작가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박순혁(왼쪽부터) 작가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는 태생적으로 주가 하락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며 "16년째 이어지는 박스피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매도 주체의 10년간 수익을 공개해야 한다"라며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불법의 온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추석 연휴 이후 금융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3월 증시 폭락 당시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리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며 이차전지 열풍을 주도한 박순혁 작가는 "공매도 금지가 아닌 공매도 선진화를 촉구한다"며 "우리는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화돼 있는데 해외에서는 허용돼 있다. 공매도 가능 대상도 전 종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매도 가능 대상 확대 전제 조건으로 ▲공매도 관리 전산화 ▲3개월 의무 상환 기간 ▲동일한 담보 비율 적용 등을 제시했다.

박 작가는 공매도 관련 의견 외에도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공매도 개선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금감원과 거래소가 민주적 통제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률 제정 및 제도 보완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이차전지 과열을 두 번에 걸쳐 지적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작가는 "이복현 금감원장은 개별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며 "유독 이차전지 업종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만 유일하게 승인한 것은 편파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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