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0.16 10:17

금감원, 홍콩 소재 글로벌 IB 560억 상당 불법 공매도 적발…엄중 제재 예정
김주현 "공매도 전산화, 현실적으로 어려워…개인투자자 위한 것인지도 의문"

지난달 27일 '박순혁 지키키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매도 전산화 촉구 집회를 열었다. (사진=유한새 기자)
지난달 27일 '박순혁 지키키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매도 전산화 촉구 집회를 열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지금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던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한 회사에 대해 엄중한 제재를 가할 예정이며 국내 증권사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에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이 전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홍콩 소재 글로벌 IB 두 곳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들은 총 5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는 행위로, 우리 자본시장법상 금지됐다. 

지금까지 보고기한 착오, 규정 미숙지 등 일회성 불법 공매도만 적발하다가, 글로벌 IB의 상습적 불법 공매도가 행위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도 해당 회사 두 곳에 대해 엄중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최근 글로벌 IB 두 곳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지만,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재개에 앞서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산화 구축을 촉구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정 대표는 "공매도 주체의 10년간 수익을 공개해야 한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불법의 온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올해 이차전지 열풍을 일으킨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도 해당 자리에서 공매도 전면재개는 찬성하지만, 공매도 전산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공매도 금지가 아닌 공매도 선진화를 촉구한다"며 "공매도 수기 관리는 불법을 방조하고, 묵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작가를 추종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매주 수요일 금감원에서 공매도 전산화 구축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열린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은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에는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위한 증권거래 시스템 보완 내용이 담겼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정무위에서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은 "실시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대차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거래목적이 여러 가지인데다 전화나 이메일 등 이용하는 플랫폼이 각기 달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파악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고 중요한 나라에서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인지 자신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정의정 대표는 "금융위는 대국민 약속사항인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즉각 구축해 국민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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