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0.03 08: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박재홍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협회장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해야"

박재홍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협회장 겸 피엠그로우 대표. (사진=고지혜 기자)
박재홍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협회장 겸 피엠그로우 대표. (사진=고지혜 기자)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지난해까지 열기가 뜨거웠던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115.5%까지 육박했지만, 올해는 41%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전 세계 국가에서는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와 달리 배터리 시장에 대한 전 세계 국가들의 경쟁은 불꽃이 튀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주축으로 중국 업체에 대한 견제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꺾이는 전기차 성장세를 다시 끌어 올리려는 노력 속에서 가격경쟁력으로 높은 점유율을 점한 중국 업체들이 방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스웍스는 한국전기차산업협회 박재홍 협회장을 만나 전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대한 동향과 이 속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박 협회장은 국내 배터리 잔존수명 평가 시스템 전문업체인 피엠그로우 대표를 맡고 있다. 피엠그로우는 201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구독 및 평가·인증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전기차산업협회에서 2020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전기차 산업과 관련된 국내 기업을 육성하고자 정부와 업계 간의 소통과 협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아래는 박재홍 협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전기차 성장세의 둔화, 대중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장세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했었던 것이고, 이제는 완만한 속도로 진행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버스, 트럭, 택시와 같은 상용차 같은 경우는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운행 거리가 긴 상용차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특히 상용차를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승용차는 개인의 취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쉽게 대중화가 될 것으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 IRA와 EU의 CRMA가 향후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현재 배터리 3사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생산세액공제(AMPC)로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한 중국 견제 성향을 띈 덕분에 중국업체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수혜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와 핵심원자재법(CRMA) 수혜를 받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시설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전기요금,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수혜 비용을 뛰어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생산 원가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 세계 점유율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실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는 예측할 수 없다.

또 IRA와 CRMA는 우선 '자국의 산업 도모' 차원에서 시행된 규제다. EU 배터리법 같은 경우에도 결국 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유럽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이지만, 언젠간 국내 기업을 견제하는 제도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가 무섭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정책과 보조금에 힘입어 저가로 승부할 수 있었던 게 맞다. 하지만 수출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 수출 시 AS, 보증 등에 대한 비용이 들고,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면 생산 비용도 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보다는 소폭 낮은 가격이지만, 경쟁력을 빼앗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립해야 할 전략은.

"배터리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조하는 과정부터 서비스 산업과 전기차에 다 쓴 배터리를 재사용, 재활용하는 후방 산업까지를 연계하는 산업적 얼라이언스를 구축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셀부터 운행, 탈거, 재사용, 재활용까지 전주기 이력관리 체계가 구축되면 금융·보험·정비·중고차 거래 등에서 소비자가 신뢰할 새로운 시장 환경이 생긴다."

-국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가.

"전기차 증가 대비책 중 하나로 민간사업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기차가 들어서면서 국내 정비소의 폐점 비율이 높아졌다. 국내 중 전기차 도입이 빠른 제주도는 카센터가 70% 가량이 문을 닫았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점으로 수리해야 할 부분이 배터리인데, 자동차 업체 계열사 아니면 수리를 절대 할 수 없도록 체제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외부 업체에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게 작업 툴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오는 2025년까지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국내도 내연기관차 정비공에 전기차 전환교육을 제공해 전기차 정비도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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