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0.04 09:22

'해외법인장, 여성은 안된다' 편견 깨고 오직 실력으로 발탁해
유럽 내 대기업 유치 특명…기업금융명가 재건 해외서도 기대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우리은행)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우리은행의 파격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해외법인장에 여성 지점장을 깜짝 발탁하면서 해외영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독일법인장 후임으로 정현숙 삼성기업영업 지점장을 내정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해외법인장의 경우 퇴직 임원(부행장급)을 보내거나 부장급 직원을 선임해도 남성이 주로 선택돼 왔다.

여성도 해외지점에 발령받은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실무자급에 그쳤다. 독일 금융당국이 이번 인사를 승인할 경우 국내 금융권 통틀어 첫 여성 법인장을 배출하게 된다.

우리은행의 이번 인사는 임종룡 회장의 노림수도 엿볼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여성 임원과 부점장 비율 목표치를 설정했다. 2030년까지 본부장급 이상 여성 임원은 15%, 부장 및 지점장급 임원은 20%로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웠다.

우리금융 내 여성 임원은 경쟁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2021년 기준 신한금융의 경우 7.7%를 기록했지만 우리금융은 4.35%에 불과하다.

목표는 세웠지만 연말 인사에 적용하기 위해선 실력도 겸비한 상징적 인물이 필요했단 후문이다. 이에 기업금융 부문에서 우수한 실적을 보인 정현숙 지점장을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정현숙 지점장은 은행 내에서 기업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1973년생인 정 지점장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상업은행으로 입행해 여신심사, 대기업 심사역을 주로 담당했다.

2020년부터 반월공단, 2021년 양천구청, 2022년 삼성기업영업까지 우리은행의 위기 때마다 격전지로 보내져 성과를 달성했다. 반월공단에서 중소기업 유치를, 양천구청에서 구금고를 다시 따냈다. 지난해 삼성기업영업본부로 발탁된 뒤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해 선봉에 섰다.

정현숙 지점장이 이번 독일법인장에 내정된 이유도 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의 독일법인은 유럽 전역을 담당한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독일이 유럽 금융허브로서 역할이 커진 만큼 금융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유럽시장 내에서도 폴란드가 동유럽 진출을 위한 새로운 거점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생산허브로 국내 기업이 선점해 진출 중이다.

이에 우리은행 독일법인은 유로화 대출 제공하는 등 기업고객에 맞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지 진출 국내 지상사 및 현지 기업에 대한 신티케이트론 등 IB금융에 특화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에서 여성 법인장이 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실력보다 환경 탓이 크다. 해외지점에 발령 받으면 가족이 모두 해외로 떠나야 하는데 남성의 경우 혼자 떠날 수 있지만 여성은 가족만 한국에 남겨 놓고 발령지로 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여성 해외법인장을 배출한다면 이와 같은 편견을 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번 인사에 대해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독일 금융당국의 아그레망(agrement, 주재국 부임 동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과거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내정자를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앞서 독일법인 내정자도 한 차례 바꾼 경험이 있으며 2017년 중국법인도 이동빈 전 부행장에서 채우석 전 부행장으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정현숙 지점장의 경우 기업금융 실적에선 나무랄 곳이 없지만, 3년 사이 지점을 자주 변경한 게 현지 금융당국에서 딴지를 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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