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9.21 13:57

영업점장 결제부터 본부심사 결과까지 소요시간 표준화
여신 신청일로부터 3영업일 초과 시 심사지연 사유 통보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우리은행)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를 되찾기 위해 신속성을 무기로 내걸었다. 평균 15일 정도 걸리는 기업대출 심사 시간을 대폭 줄여 시중은행과 차별성을 두겠단 전략이다.

2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달부터 '피치클락(Pitch-Clock)' 도입을 위해 사전테스트를 시행 중이다.

피치클락은 야구 용어로 투수의 투구 제한시간을 말한다. 빠른 경기 운영을 위해 15~20초 시간 내 투구를 완료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이를 착안해 영업점의 여신 신청부터 심사결과 통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단 의도다.

기업대출(시설자금)의 경우 담보물 확인, 기계설비 및 운영계획 등을 감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통상 심사본부 내에서 이를 확인하는데 15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심사 시간을 대폭 줄여 자금이 급한 기업들이 신속하게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피치클락 제도를 도입했다.

일단 우리은행은 9월, 한 달 동안 전 여신에 대한 심사시간을 체크해 표준 시간을 확인 중이다. 심사시간은 심사부서 및 여신전결권에 따라 구분 관리되며 시행 후 1개월 동안은 심사부서별, 2개월 차에는 심사역, 전결권별 목표시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표준 시간이 정해지면 심사지연 사유를 3영업일 내 통지한다. 지연 사유는 9월 중에는 심사부서장에게, 10월부터는 영업점장을 포함해 지연 사유를 알려 필요한 서류 및 확인 절차를 다시 한번 거쳐 여신심사가 통과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리은행이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타 은행과 경쟁에서 신속성을 무기로 삼겠단 전략이다. 또한 여신 신청부터 실행까지 과정이 예측 가능해 기업영업을 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9월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금융 1위 달성을 선언했다. 2025년 시장점유율 2위를 탈환하고 2027년 목표를 달성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현재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5조6935억원으로 4위권이다. 금리경쟁력을 앞세운 하나은행이 154조6352억원으로 업계 2위로 급성장하자 우리은행 입장에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연내 대기업대출 4조원, 중소기업대출 8조원 증액을 목표로 내세웠다. 내년에는 대기업 6조7000억원, 중소기업 11조9000억원을 늘리겠단 구체적인 목표도 밝혔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대출금리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우리은행은 정도영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기업고객 입장에선 대출금리도 선택 요소지만 대출 가능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은 이점을 공력하겠단 계산이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도 무리한 자산증대를 지양했다.

강신국 부문장은 간담회에서 "적정성장 계획을 수립하는데 가장 고민한 것이 수익성이다. 하지만 마진이 없는 자산은 우량 자산이 아니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여신 심사와 내부통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전략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목표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지점장 전결권 상향도 필요하단 이야기도 들린다.

현재 우리은행의 지점장 전결권한은 심사역 경력, 점포장 경력, 여신 관련 연수 경험, 여신취급 경력에 따라 전결권한을 차등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점장 전결 취급 등급을 4등급부터 S등급까지 5단계로 나뉜다.

결국 지점 영업상황과 별개로 지점장이 직접 여신 승인을 결정할 수 있는 한도가 제한돼 기업대출 승인을 받기 위해선 본점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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