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0.04 18:12
오비맥주 '카스' 병맥주. (사진제공=오비맥주)
오비맥주 '카스' 병맥주. (사진제공=오비맥주)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오비맥주가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고 4일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인상을 두고 환율 불안에 따른 각종 원부자재의 수입 가격 상승,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등에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 측은 “수입 위주의 산업 특성상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용 압박이 계속 증가해왔지만, 전반적인 물가 불안 상황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며 “소비자들의 직접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업계 1위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에 하이트진로 등 주류업계 전반이 가격 인상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 원료인 맥아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공장가동과 제품 운송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도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맥주 가격은 업계 1위 오비맥주가 인상하면 경쟁업체들이 동반 인상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평균 7.7% 올리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도 각각 7.7%와 8.2% 인상했다.

특히 소주와 달리 종량세가 적용되는 맥주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세금이 늘어나면서 주세 부담이 가중된다. 종량세는 공장 출고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말한다. 정부는 맥주 제조업체들의 종량세 부과를 전년 물가상승률에 자동 연동시켜 100% 반영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업체들의 주세 부담을 높이고 있다. 종량세 시행 이후 맥주에 붙은 세금은 리터(ℓ)당 830.3원(2020년), 834.4원(2021년)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급격한 물가상승률에 맥주 제조업체들마다 주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물가상승률의 70~130%의 범위에서 세율을 탄력적으로 반영하는 ‘가격변동지수’의 주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가격변동지수로 인해 올해는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5.1%의 70% 수준인 3.57%를 반영, 주세는 ℓ당 885.7원이 부과된다. 다만 3.57% 비중도 예년과 비교하면 세부담을 한껏 높인 결과다.

세금 인상에 올 초 주류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그 결과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상반기 맥주부문 영업이익이 213억원 흑자였지만, 올해 상반기 141억원 적자전환했다. 비상장사인 오비맥주는 연간 실적만 공개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와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주력 제품인 ‘테라’, ‘켈리’의 가격 인상 계획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격인상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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