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0.12 13:51

관련 업계 "국세청 등 관련 당국, 별다른 해결 의지 안 보여"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선물하기 배송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데일리샷)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선물하기 배송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데일리샷)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추석 때 주류 스마트오더를 이용해 지인에게 와인 선물을 보내려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상품을 직접 받은 후, 그걸 다시 받는 사람에게 보내야 한다는 거예요. 이미 결제를 한 상태라 버스로 1시간 거리인 편의점까지 갔다 왔어요.”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추석 명절과 한글날 연휴 기간에 ‘주류 스마트오더’를 이용해 선물을 보내려다 낭패를 본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제공한 일부 업체는 관련 항의 글이 쏟아지자 ‘주류 스마트오더를 통한 구매는 반드시 결제자 본인이 수령처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등, 대응에 부산한 모습이다.

주류 스마트오더는 주류 특성상 상품을 수령자의 집으로 배달해주지 않는다. 주류는 전통주를 제외하고 배달이 불가능해 주류 스마트오더를 이용하더라도 주문자가 직접 수령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류 스마트오더를 이용해 와인 선물을 보내려고 한다면 구매자 인근의 편의점이나 식당 등으로 발송한 뒤, 이를 구매자가 수령해 선물하려는 사람에게 직접 전해줘야 한다. 결국 주류를 편의점에서 구입해 선물 받는 이에게 직접 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이용자들은 해당 서비스가 집까지 선물을 배달해주고, 받는 사람이 수령 장소를 자유롭게 지정하거나 직접 수령하는 등, 일반적인 선물 서비스와 동일할 것이라고 오인하게 되는 게 문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주류가 진열된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주류가 진열된 모습. (사진=뉴스1)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행된 주류 스마트오더는 모바일로 주문‧결제한 주류 상품을 고객이 매장(편의점·식당 등)에서 받는 방식을 말한다. 정부는 그동안 청소년 음주 문제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주류 분야의 통신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국세청은 정보통신(IT) 기술 발전과 음주문화의 변화, 소비자의 구매방식 변경 등에 따라 주류 판매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의견을 수용, 주류 스마트오더 판매를 허용했다. 특히 주류 스마트오더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홈술’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순기능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대형 유통매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주류업체들의 판매망 확보와 주류 가격의 비교 검색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시장 규모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데일리샷’의 경우, 2020년 약 1억원 수준의 매출이 지난해 약 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 1년 사이 재구매율은 21.6%에서 47.2%로 상승했고, 구매횟수 역시 2.0회에서 5.3회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순기능과 성장세에도 불구, 구매자가 주류를 직접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성장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선물하기 배송과 관련한 소비자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일부 업체의 변칙 운영 사례도 포착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시행 4년 차를 맞은 주류 스마트오더의 불편함이 불거지고 있지만, 국세청 등 관련 당국이 별다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오더 활성화로 기존 주류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부진해지면, 이를 허용한 국세청이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처럼 주문과 결제 시점에 수령자를 지정, 관련 코드를 선물 수령자에게 발송하면 청소년 음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불법 배송 역시 구매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충분히 필터링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국이 내세우는 우려들은 얼마든지 해결할 방법이 있는 만큼, 규제 개선에 미온적일 이유가 없다”며 “주류 스마트오더의 활성화가 중간 주류 도매업체와 골목상권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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