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0.26 06:00

올해 초 '선물 목적 제공할 경우 대리 수령 가능' 지침 바꿔
대다수 주류 스마트오더 업체, 지침 변경 알지 못해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 구동 화면. (사진제공=GS리테일)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 (사진제공=GS리테일)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편의점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대리 수령을 둘러싸고 관련 업계가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대부분의 주류 업체는 국세청 지침에 따라 스마트오더를 통한 주류 제품 수령을 구매자 본인만 가능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GS25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물 받는 이의 대리 수령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25일 국세청은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선물하기가 올해 바뀐 지침에 따라 위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침 변경을 몰랐던 업체들은 곧바로 정보 공유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 논란이 이어질 조짐이다.

◆경쟁사 "GS25 주류 스마트오더 선물하기는 위법"

주류 스마트오더란 모바일로 주문‧결제한 주류 제품을 고객이 매장(편의점·식당 등)에서 받을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주류 행정을 담당하는 국세청은 그동안 청소년 음주 문제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주류의 통신판매를 금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소비자 구매 방식 변화 등 주류 판매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수용하면서 주류 스마트오더 판매를 허용했다.

다만 전통주를 제외하고 배달이 불가능한 점, 주류 제품을 주문한 이가 직접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면서 접근성에 제한을 뒀다. 주류 통신판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가운데,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이 대리 수령이 가능한 주류 스마트오더 선물하기 기능을 서비스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GS25 고객센터 측은 “구매자가 아니더라도 선물받기를 수락한 이가 원하는 지역의 GS25 편의점에서 주류 제품을 찾아갈 수 있다”며 “단, 앱에서 정상적으로 성인 인증을 완료한 회원만 선물받기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선물하기 기능을 통한 주류 대리 수령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경쟁 업체들은 주류 스마트오더를 이용한 선물하기 기능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GS25에서는 선물하기가 가능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했던 만큼, 고객 편의와 접근성에서 큰 차이가 발생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특히 주류 스마트오더는 시장 개방 당시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진출한 분야다. 관련 스타트업의 벤처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주류앱 ‘달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달리는사람들'은 대리 수령 가능 여부 질문에 “주류 스마트오더는 구매자 본인 수령만 가능하다는 국세청의 지침에 따라 대리 수령이 불가능하다”며 “픽업 매장에서 대리 수령을 시도하면 업장에 피해가 가는 상황임을 꼭 인지해달라”고 답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GS리테일은 최근 카카오와 손잡고 주류 스마트오더 확대를 꾀하고 있다. 기존 와인25플러스에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연계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주류 스마트오더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운영 중인 '달리'는 고객센터를 통해 주류 대리수령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달리 홈페이지 캡처)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운영 중인 '달리'는 고객센터를 통해 주류 대리 수령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출처=달리 홈페이지)

◆국세청 “올해 관련 규정 개정…관련 내용 언급할 것”

업체마다 주류 스마트오더 대리 수령 정책이 엇갈린 상황에서, 국세청은 GS25의 선물하기를 위법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올해 1월 30일 개정한 ‘주세사무처리규정 제2조(정의) 15호’ 항목이 근거다. 해당 항목은 ‘개인이 주류를 구입해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대가 없이 사교‧의례 등 선물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를 주류 판매로 볼 수 없는 사례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해당 항목을 GS25의 선물하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선물하기를 통해 제3자가 주류를 배달한다면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지만, 선물하기 목적의 제3자 수령 자체를 잘못됐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며 “작년에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됐고, 올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불편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업체가 개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질문에는 “주류 스마트오더는 신고의 의무가 없어 어떤 업체들이 활용하는지 일일이 알 수가 없다”며 “(조만간) 사업자단체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시 국세청 청사 전경. (사진제공=국세청)
세종시 국세청 청사 전경. (사진제공=국세청)

◆대기업 알고 중소기업 몰랐다…"납득하기 힘들어”

국세청의 답변에 주류 스마트오더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본지가 지난 12일 단독 보도한 ▶발품 파는 '주류 스마트오더'…"보낸 이가 받아 전해주라고?"라는 제호의 기사처럼, 지난 추석 명절 때만 해도 주류 대리 수령 여부를 두고 업체마다 큰 혼선을 빚은 바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업과 관련해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대기업은 알고 중소기업은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기업이 정보를 먼저 수집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A업체 대표는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대기업이다보니 법리적 검토가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해 얼마 전부터 우리도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국세청 규정이 개정돼 위법이 아니라면 우리로선 다행"이라며 "하지만 절대다수가 관련 규정이 바뀐지 몰랐던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주류 선물하기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를 악용한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주류 선물하기 대리 수령 위배를 일일이 단속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 영업이 판칠 가능성이 있다”며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들이 대리 수령을 가장해 주류 배달에 나서면 이를 막을 방법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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