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1.03 06:00

'배전반' 집중 투자…'소재→전구체→양극재→폐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구축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이 2005년 LS그룹 CI 선포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이 2005년 LS그룹 CI 선포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오는 11일은 LS그룹이 출범한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호실적과 함께 보낸 한 해를 기념할만도 하지만, 침체된 경제 분위기에 맞춰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20주년을 보낼 예정이다. 

LS그룹은 2003년 11월 11일, LG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태회(4남), 구평회(5남), 구두회(6남) 삼형제가 LG의 전선(현 LS전선)과 금속부문 등을 계열 분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삼형제는 그룹의 공동 경영을 약속하고,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따라 각자의 장남에게 경영권을 순환 승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구자홍 회장이 2004년부터 9년간 LS그룹의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구자열 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9년째가 끝난 지난해부터는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출범 첫 해만 해도 LS그룹은 4개 계열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년 간의 도약 폭은 남달랐다. 현재 LS그룹은 LS전선, LS일렉트릭 등 주요 계열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132개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는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울산광역시 온산공장에서 개최된 LSMnM 신사명 선포식에서 내빈들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S엠앤엠)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울산광역시 온산공장에서 개최된 LSMnM 신사명 선포식에서 내빈들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S엠앤엠)

창립 20주년인 올해도 평탄하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자은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 성과가 더욱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양손잡이 경영'은 구 회장이 최임 초부터 강조해온 경영방침이다.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을, 다른 한 손에는 배터리·전기차·반도체·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신사업을 균형 있게 추진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만 해도 양손잡이 경영의 성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았다. 기존 주력 사업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초 구 회장이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한다는 '비전 2030' 청사진을 선포하면서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산업 비중이 한결 커졌다.

지난 6월 LS그룹은 엘앤에프와 배터리 핵심소재인 전구체 생산을 위해 합작사 'LS엘엔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을 설립했다. 연내 새만금에 착공, 2025~2026년에 양산할 계획이다. 사업규모는 1조원 이상에 이른다.  

지난 8월에는 전국 새만금 산업단지에 1조8000억원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난 27일에는 비철금속 소재 기업인 LS MNM이 온산 제련소 황산니켈, 폐배터리 재활용 설비 구축에 6700억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제공=LS그룹)

한 해동안 쉴틈없이 투자한 결과, LS그룹이 추구하는 '소재→전구체(합작사)→양극재(엘앤에프)→폐배터리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했다.

LS그룹은 LLBS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CRMA(핵심 원자재법)에 대응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열쇠라고 봤다. 지난 24일 국내외 정부 당국의 설립 승인을 받고 자회사로 편입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증권가들도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구체 2차 4만톤 생산능력 기준 8000억원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LS는 황산니켈과 전구체에 이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높고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그룹의 핵심 역량인 제련과 소재, 에너지 기술에 부합하는 성장 전략으로 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의 신사업 발굴 속도는 더욱 빨라질 예정이다. 신사업으로 그룹의 제 2도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올해 초 "배전반 산업이 가장 큰 성장의 기회가 있다"며 "신성장 사업에 8년간 총 20조원 이상을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LS그룹은 황산니켈, 전구체, 재활용 등 그룹의 이차전지 관련 역량을 한데 모아 투자를 극대화하고, 국내 기업 간 'K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인 이차전지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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