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11.02 11:07

SM 인수 시세조종 수사에 카카오T '폭리' 비판…주가 4만원 무너진 뒤 횡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시세조종 의혹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가운데 '카카오 택시'를 겨냥한 대통령의 공개적인 비판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라면서 국무위원들에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라는 하소연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독과점 이론에도 나오는 건데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또 계속 유입을 시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유인을 다 시켜 놓고 가격을 올린 거기 때문에 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이거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택시 앱 카카오T는 앱 호출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T를 통해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와 일반 택시를 대상으로 호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콜을 가맹 택시에 몰아주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앱의 중형택시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하게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를 우대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택시업계에서는 또 카카오T 호출 수수료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는 단순 중개만 하는 글로벌 호출 플랫폼들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며, 단순히 콜만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관제 등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처럼 카카오모빌리티 독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카카오택시의 독과점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노골적으로 지목해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대해 "택시 업계의 어려움에 더욱 귀 기울이고, 상생을 위한 소통과 노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현재 모기업인 카카오는 현재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SM 인수 과정에서 경영진들이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경영진들이 구속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특사경의 고강도 조사를 16시간 넘게 받았다.

금감원이 SM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 법인에 대한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카카오는 27%가 넘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금감원이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대신 업무제휴 계약을 맺은 가맹 회원사에 차량운행 데이터를 제공하고 광고와 마케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운임의 16∼17%를 제휴 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운임의 20% 전체를 자사 매출로 계상했는데, 금감원은 이 두 계약이 실질적으로 하나에 해당해 이중계약으로 본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은 별개라고 맞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린 것으로 판단될 경우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센터장의 금감원 공개 소환 이후 카카오는 물론 계열사 모두의 주가가 추락한 뒤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의 구속이 알려진 지난 19일부터 카카오 주가는 4만원선이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기업인 카카오 주가는 지난 1일 3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에는 주가가 3만73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운뒤 좀처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2021년 6월 장중 17만3000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의 시총은 70조원대를 기록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총 3위를 기록한바 있다. 

카카오도 일련의 위기와 관련해 후속 대책에 나서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공동체 CEO들을 불러 비상 경영회의를 개최하고 외부인들로 구성된 준법 경영 실태 점검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매주 개최하는 경영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투자도 외부의 감시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별 철저한 자율경영 기조와 독립된 성과 보상이라는 카카오식 성장 전략의 한계"라며 "초기부터 허술했던 내부통제 시스템이 불러온 위기"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