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1.02 09:46

배당·정관 변경·위법 임원 해임 청구 가능…경영상 문제 인식한 듯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사태까지…내부통제·리스크관리 실패

지난 5월 김익래(사진 가운데)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후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지난 5월 김익래(사진 가운데)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후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국민연금이 리스크관리·내부통제 실패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키움증권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국민연금은 키움증권의 보유 주식 중 1만1288주를 매각했다. 이에 보유 주식은 296만8438주(11.32%)에서 295만7150주(11.28%)로 줄어들었다.

주식 매각과 함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단순투자는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단순 의결권 행상 및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투자로 변경하면 배당과 관련된 주주행동과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도 추진할 수 있다. 위법 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및 임원 선임도 가능하다.

보유 목적을 변경하며 국민연금은 키움증권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키움증권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부터 주가조작과 함께 내부통제 부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실적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4월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이 주가폭락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매매) 형식으로 대량 매도해 주가조작 일당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전 회장은 라덕연 주장에 반박 자료를 내며 해명에 나섰지만, 결국 김 전 회장은 주가폭락 사태가 발생한 후 한달도 안돼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당시에도 김 전 회장은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며 의혹에 강하게 부인했다. 이후에도 키움증권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근에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18일 영풍제지는 대양금속과 함께 불공정거래 의혹에 휩싸이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두 종목에 대해 19일부터 거래를 중지시켰다. 

거래가 정지된 후 지난 20일 키움증권은 공시를 통해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이 발생됐다"며 "이달 20일 기준 해당 종목의 미수금 규모는 약 4943억원"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로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영풍제지는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어 증권가는 미수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전날까지 키움증권의 관련 손실액은 3974억원으로 봤다. 이날까지 하한가를 기록했기에 손실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내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키움증권은 결국 리스크관리·내부통제 실패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국민연금도 경영상 적극적인 주주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은 키움증권 외에도 최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카카오와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한 BNK금융지주, CJ대한통운, 현대로템의 지분 보유 목적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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