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1.07 14:40

너무 이른 둔화 시기 우려…저가 LFP 양산 준비 '급가속'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최근 완성차 업계가 하나둘 전기차 생산 속도를 줄이면서,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우려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배터리 시장의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대처하고 있다.

공식적인 언급과는 달리 3사 모두 전기차 수요 안정화를 위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전기차 둔화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각각 지난 3분기 실적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배터리 3사 모두 공통으로 "단기적 수요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지속되는 흐름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포드가 켄터키주 제2 배터리 공장 가동을 지연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장 큰 우려대상으로 꼽힌 SK온은 "해당 공장 외에는 계획대로 양산, 심지어 현대차 북미 공장 준공 시점도 1년 앞당기는 등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흐름에 대해 입을 연 총수들은 심지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1일 열린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원래대로 갔으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공장을 짓는 인력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는데, 오히려 잘 됐다"며 "급히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동섭 SK온 사장도 "중장기적으로 시장은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오히려 숨을 고르면서 필요한 준비를 더 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간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만큼 둔화된 성장 흐름 시기를 맞아 재정비 등 휴식기를 갖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 걱정하고 있는 점은 너무 이른 둔화 시기다. 2020년만해도 미국 글로벌 컨설팅 업체 델로이트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연평균성장률은 29%에 달하고, 오는 2025년 1120만대, 2030년 311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802만대에 그쳤다.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업체도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내연차보다 높인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10년 뒤인 2040년에서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기차가 대중화가 되기도 전에 수요 둔화 현상이 생기는 것은 불안한 요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입장을 밝힌 컨퍼런스 콜에서 배터리 3사 모두 LFP배터리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타격이 없을 것이란 입장과 반대로, 전기차 수요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는 LFP 양산 준비에 급히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일제히 중국 LFP와 같은 저가형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저가 판매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도 올해 초부터 LFP에 관심을 보였지만 NCM배터리를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상반기까지는 연구단계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6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현재 중국 라인을 통한 생산 시작으로, 내년부터 LFP 제품 매출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더 앞당겨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당사도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 성장을 위해 LFP 시장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LFP 생산을 위한 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라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SK온은 "LFP 개발을 완료했으며, 고객사와 공급 개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 관계자는 "타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시장 상황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읽힌다"며 "리스크 대응을 위해 공장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대비책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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