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1.12 08:00
현대자동차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충전 중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충전 중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전기차 판매 흐름이 최근 들어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비싼 가격'이 그 이유다. 이에 전기차 신차 수요를 높이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 한국 정부는 '보조금' 혜택으로 소비자에 어필하고 있지만, 구입 후 배터리 교체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에서 약 1300대 중 75%가량의 전기버스가 배터리 노후화와 자금난으로 운행을 수개월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국내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전기차 활성화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고 있는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치명적인 단점은 '잦은 교체 주기'다. 전기차 배터리는 잔존 수명이 초기 용량 대비 70~80% 남았을 때부터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충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전지 저항이 높아지면서 출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부터 전기차의 1회차 수명이 끝났다고 말한다. 

통상 배터리 용량이 해당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에는 10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누적 주행거리, 충전 형태 등에 따라 이보다 빨리 단축될 수 있다.

배터리 업체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말부터 잔여 주행거리, 배터리 노화 상태 등 배터리 건강 상태를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터리 잔존가치 정도, 배터리 열화 저하를 위한 개인별 맞춤 가이드라인도 제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배터리 관리 서비스는 속속 나오는 추세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터리 교체와 관련한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승용차의 경우 아직 배터리 노후화에 따른 교체보다는 운전 중 사고로 교체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배터리 겉면이 긁히는 것처럼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용자는 안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배터리를 완전 교체하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모듈과 셀의 교체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혼선은 크다.

그렇다면 배터리 교체 비용은 얼마일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은 차량 전체 가격의 평균 46%에 달한다. 제네시스 'G80' 배터리는 3624만원, 현대차 '아이오닉6'는 1788만원 수준이다.

수리 단가도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평 공임은 회당 270만원으로 집계됐다. 내연기관차 수리비(197만원)보다 37.1%나 비싼 것이다. 또한 차종별 배터리 규격이 제각각이고, 고압 배터리 처리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정비소는 전국에서 약 5% 밖에 없으며, 수리 기간도 두 달 이상 걸린다. 

내연기관차 한 대를 훌쩍 넘는 가격에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배터리 교체보다는 폐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보조금 지원과 같은 전기차 구매 지원을 넘어 사후 서비스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완성차,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에 대한 접근하는 방법을 공유해 배터리 통째를 교체해 보험료율 인상으로 부담 갖는 소비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연 한국연구자정보 연구원은 "손상 배터리 수리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통일된 배터리 수리 진단 기준 마련과 전기차 수리 가능 업체 확대를 위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며 "내연기관 자동차 수리업체와는 다른 고가의 설비 투자 및 전기 관련 기술 습득이 필요한 만큼, 전기차 정비 가능 업체 확대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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