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1.13 14:53

"일방 추진 아닌 노사정 대화 거칠 것…'공짜 야근' 뿌리 뽑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정부 e브리핑)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정부 e브리핑)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대상 업종과 직종, 주 상한 근로시간 등은 실태조사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국민 설문조사 결과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던 제조업·생산직 등에 한해 주60시간 한도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주 52시간 틀 내에서 노사 합의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월·분기·반기·연' 단위 추가 선택지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어 각계에서 반발이 지속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고용부는 13일 지난 6~8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8개월 만에 근로시간 제도개선 추진 방향을 다시 내놨다. 

방문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주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상당 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제에 대해 국민의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반면 54.9%는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주52시간제로 인해 실제 어려움을 경험한 기업들에게 대응방식을 묻는 설문에 기업들은 포괄임금 활용(39.9%), 추가인력 채용(36.6%). 수주포기(30.6%), 법·규정 무시(17.3%) 등의 순으로 답변했다.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 및 일반 국민 모두 동의한다는 응답이 비동의한다는 응답보다 크게 많았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 대한 동의 비율은 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로, 비동의 비율은 근로자 29.8%, 사업주 26.3%, 국민 29.8%로 나타났다.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일부 업종·직종에 한정할 경우 동의-비동의 응답 간 비율 차이는 더욱 컸다. 동의하는 비율은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이며, 비동의 비율은 근로자 25.2%, 사업주 21.3%, 국민 23.9%로 확인됐다. 동의 비율은 확대되고 비동의 비율은 축소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업종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직종의 경우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에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노사 모두 높게 나타났다.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고용부는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국민 한분 한분 소중한 의견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용부는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개편 대상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장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일한 만큼 확실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수립한다. 오랜 기간을 거쳐 형성된 현장의 수요와 관행, 다양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근로시간제 개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대화에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직종 선정 등을 위한 실증 데이터 분석과 추가적인 실태조사에 조속히 착수해 노사정 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출처=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출처=고용노동부 홈페이지)

특히 정부는 노동시장에서 일한만큼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짜야근' 근절에 행정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해 일한만큼 확실하게 보상받는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겠다"며 "그 시작은 노동시장의 법치를 바로 세워 포괄임금 오남용(공짜 야근) 문제의 본질인 '포괄임금을 이용한 임금체불'을 뿌리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익명신고센터 운영과 맞춤형 근로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포괄임금 오남용은 현장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고 일한만큼 보상받는 관행을 반드시 정착시키겠다"며 "현장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리적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