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1.13 16:21

중소기업계 "자유롭게 근로시간 선택할 수 있어야"

한국노총이 지난 3월 16일 국회 앞에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한국노총이 지난 3월 16일 국회 앞에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을 대상으로 주60시간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일방적인 추진은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경영계와 함께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계는 이번에도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13일 성명을 내 "개편방향을 확정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노동시간 개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다양한 수요 반영이 어렵다면서 일부 업종, 직종에 연장근로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언급한 제조업과 건설업,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 등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라며 "장시간 노동을 늘릴 곳이 아니라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할 업종과 직종"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서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등 건강권 보호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주60시간 혹은 64시간으로 늘리자고 하는 게 어떻게 건강권 보호 방안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에 이미 주당 상한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설정돼 있다. 건강권을 위해서라면 이를 지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도 "노사,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전례없는 대규모 면접조사를 했다면서 신뢰성을 포장했지만 원하는 답을 받으려는 의도된 질문의 나열과 뻔한 결과였다"며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노사정대화를 통해 추진한다고 했지만 '답을 정해놓고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데 참여할 노동계가 어디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시기에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 법상 탄력근로시간제나 선택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 선택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 신상품-신상품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3개월 단위로 주 52시간 초과하는 근무시간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며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한 일부 업종·직종으로 제조업·건설업, 설치·정비·생산직·기술직 등을 꼽았지만 이는 일부 업종과 직종이 아니라 사실상 전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기준법은 강행법규이고, 법정노동시간은 주52시간도 아니라 주40시간이다. 이를 위반 시 2000만원,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범죄행위"라며 "정부는 특정업종·직종 운운하며 범죄행위를 조장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업종·직종에 따라 선별적으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적용하겠다는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업종·직종별로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수요가 다를 수 있지만 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로 인해 겪는 어려움은 업종·직종에 관계없이 기업에 있어 거래포기·품질저하·법위반이라는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치명적인 위험요소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고 언급말했다.

이어 "업종·직종에 있어 수요가 적을지라도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한 기업은 대체방법이 없다"며 "수출기업에게는 글로벌 경쟁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산업현장은 직원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찾는 실정이다. 이런 인력난의 이면에는 잔업을 희망하는 생계형 외벌이 근로자, 중장년근로자 등도 있다"며 "우리경제가 노동공급 감소와 잠재성장률 0%대 추락을 앞둔 상황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합리적인 근로시간제도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도 빠른 근로시간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방안에 대해 "지난 3월에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사 결과 상당수 국민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원하는 만큼(동의 46.4%, 비동의 29.8%)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등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현행 경직된 제도 아래 수주를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지연된다면 기업경쟁력 저하와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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