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1.14 09:55

LG 트윈스, kt 위즈 꺾고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롤렉스 주인공 오지환 "선대 회장의 유품" 기증 의사 밝혀
LG 계열사 어떤 우승 축하 이벤트 나설 지 큰 관심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6대 2로 승리하자,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스1)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6대 2로 승리하자,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LG 트윈스가 무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하면서 LG가(家)의 남다른 야구 사랑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인 '롤렉스 시계'가 25년 만에 금고 밖으로 나와 새 주인을 찾게 됐다. 금고에 갇혀 있던 롤렉스의 주인공은 오지환이었다. 

LG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장인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며 롤렉스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LG트윈스 우승 순간…구광모 회장, 두 팔 들고 '환호' 

구광모 회장은 13일 오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유광 점퍼를 입고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아 LG트윈스 승리의 순간을 함께 했다. 

구 회장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두 팔을 치켜올리며 환호했다. 이어 그라운드로 내려와 염경엽 감독, 오지환 선수와 포옹했다. 선수들은 구 회장을 헹가래 치며 기쁨을 나눴고 오지환은 구 회장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기도 했다. 

LG트윈스의 3대 구단주인 구 회장은 "29년 동안 기다림 속에 변함없이 LG트윈스를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매 순간 최고 감동을 선물해 준 선수단과 스태프분들께도 감사드리고, 또 축하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LG트윈스의 승리는 LG트윈스를 사랑해주는 모든 분 및 여기 계시는 분들이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며 "다 같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를 바란다"고 밝게 웃었다. 

구 회장은 야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야구장을 찾은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장 취임 전에는 동료들과 종종 야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구광모 LG 회장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구광모 LG 회장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뉴스1)

◆LG가, 대 이은 야구사랑 유별나…'단목행사' 야구팬들 사이 유명 

LG가의 대를 이은 야구 사랑은 유별나다. 2대인 구자경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3대인 구본무 선대회장, 4대 구광모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990년에 MBC 청룡을 인수해 LG트윈스를 창단했다. 그 장남인 구본무 선대회장은 LG트윈스의 초대 구단주를 지냈다. 현재는 구광모 회장이 구단주를 겸하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부산·경남 연고팀 창단을 제안받았지만, 당시 회장이던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해외 출장 중인 탓에 경영진이 결정을 보류했다가 결국 원년 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구 명예회장이 크게 서운해했다는 후문이다. 

LG트윈스는 창단 첫 해 1990년은 물론 1994년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신바람 야구'는 LG트윈스 야구의 대명사가 되면서 야구판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구 선대회장이 매 시즌 전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를 자신의 외가인 경남 진주 단목리에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는 '단목행사'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일화다. 

구 선대회장은 1994년 팀 우승 직후 '또 우승하면 축배를 들자'며 아와모리 소주를 구매하기도 했다. 특히 1998년 해외 출장 중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최우수선수에게 주겠다며 당시 8000만원가량이었던 롤렉스 시계를 구매해 화제가 됐다. 우승 MVP에게 선물로 주기로 한 이 시계의 현재 기준 시가는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오지환이 그 행운을 거머쥔 것이다. 

이날 오지환은 공식 인터뷰에서 "구단이 MVP에게 롤렉스 시계를 준다고 했지만, 차고 다니기엔 부담되고, 이 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구광모 회장님께 돌려 드리겠다. 롤렉스 시계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LG가 6대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고 구본무 회장이 구입해 금고에서 잠들어 있던 롤렉스 시계가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뉴스1)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LG가 6대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고 구본무 회장이 구입해 금고에서 잠들어 있던 롤렉스 시계가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뉴스1)

구 선대회장은 소문난 야구광으로, LG트윈스의 초대 구단주를 맡았다. 그는 구단주 시절 LG트윈스에 관심을 쏟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깨끗한 야구, 이기는 야구'를 표방하며 자율경영에 구단 운영을 접목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구 선대회장은 1994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던 해인 다음 해에 그룹명을 LG로 변경했다. 그는 2군 선수들의 이름과 출신 학교도 전부 외울 정도로 야구에 정통했다. 2007년에는 당시 김재박 감독과 1·2군 코칭스태프 전원을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 선대회장의 동생이자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경남중 재학시절에 야구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6년 4개월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아 외연 확대 등에도 힘썼다. 구본능 회장의 KBO 총재 재임 기간 중 LG트윈스와 맞붙은 제10구단인 kt wiz도 탄생한 것이다.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계열 분리 전 구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LG 트위스 2대 구단주를 맡아 야구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남중·고 기수별 야구팀에서 선수로 활약해 온 구 회장은 LG 트윈스 구단주 시절에 "주말에 틈이 나면 친구들과 야구 연습을 하는데, 공을 70∼80개씩 던진다"며 "매년 LG 트윈스 전지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오키나와에 간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LX그룹은 LG전자가 2012년 출범시킨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의 명맥을 이어 작년부터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기업이 후원하는 국내 유일의 여자야구 전국대회다.

한편,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LG 계열사가 어떤 우승 축하 이벤트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는 대대적인 우승 기념 프로모션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과거 LG전자 온라인몰에서 추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LG 트윈스 우승 시 멤버십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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