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1.20 17:43

매각가 5000억~7000억 추정…인수시 1조 부채까지 떠안아야

김포공항에서 대기 중인 아시아나항공기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김포공항에서 대기 중인 아시아나항공기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예비입찰에 불참하면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의 시계가 불투명해졌다. 만일 유찰할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예비 입찰에 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에어인천 3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LCC 1, 2위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인수의향서(LOI)조차 내지 않았다. 이들 LCC가 화물사업부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인수대금과 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화물 사업부 예상 매각가는 웬만한 LCC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의 추정 가격은 5000억~7000억원이며, 이 외에도 1조원 수준의 부채까지도 떠안아야 한다.

노후화된 기체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화물기인 B747 9대는 평균 기령이 27년을 넘어 신규 및 중고기 도입이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을 인수하면 최소한 5~10년간 화물기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지불이 불가피한 만큼 인수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각각 3543억원, 2541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는 각각 1조5257억원, 1조1185억원을 짊어지고 있는 만큼, 사업 확장시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예비입찰에 들어간 세 곳 역시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인수할 여력이 안되는건 마찬가지다. 이 중 이스타항공의 경우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에어프레미아와 에어인천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다. 이렇다 보니 이들 회사가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스타항공의 'B737-8'. (사진제공=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의 'B737-8'. (사진제공=이스타항공) 

LCC 1, 2위도 손 놓은 인수전에 체급이 작은 나머지 LCC가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물 사업부의 수익성 보장을 꼽았다. 일단 화물 사업부를 손에 쥐면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 무리해서라도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성공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펼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부채만 남게 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사업의 경우 인수만 하면 수익이 어느정도 보장돼있다. 코로나 시국에 검증되지 않았나"라며 "안전을 추구한 제주항공·티웨이항공과 달리 세 항공사는 다소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물론, 성공만 한다면 해당 LCC가 수익 창출 모델을 화물 사업까지 확장한,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하나의 사건이다. 이 관계자는 "LCC의 본질은 저비용 전략 추구인데, 지금까지의 사고 방식에서 탈피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화물 사업 인수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해당 항공사는 더 이상 LCC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항공사가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항공업 라이언스가 없는 곳에도 입찰 자격을 부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 상태로는 유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항공업 라이센스는 부여하면 된다. 지금 문제는 자금력의 부족이다. 대기업이 뛰어들어 안정적으로 항공사를 운영할 수 있다면 (라이선스 없는 곳의 입찰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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