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1.02 17:42

항공업계 "EC·미국·일본, '매수자 결정' 조건부 승인 내걸 수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2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화물사업 분리 매각에 동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대해 동의하는 안건을 가결시켰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하면서 EC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한층 순조로워질 전망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날 EC에 '기업결합 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내용이 담긴 시정조치안을 제출한다.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조치안이 EC의 승인을 받으면 미국과 일본의 승인만 남는다. 이중 어느 한 곳이라도 승인하지 않으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 착수 이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11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이르면 내년 1월 말 심사 승인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합병까지 남은 과제는 산적한 실정이다. 

우선, EC가 그대로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각은 가결됐지만, 실제로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업계에선 EC가 곧장 합병을 승인하기 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각 이후 결정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승인을 받는 것도 문제다. 미국 법무부는 자국 항공사인 제트블루의 스피릿 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항공사 인수합병에 까다롭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5월 양사의 합병 시도와 관련해 반독점 소송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만큼 미국의 승인도 난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쟁당국의 조치도 남아있어 이들 중 하나라도 반대를 하게되면 여전히 합병은 어려워진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물 사업을 인수할 만한 LCC사업자들 중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처음부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2위 티웨이항공 마저 인수전에서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다만 이들 회사가 각국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경쟁 항공사'로 평가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회사는 여객기 10대 미만의 중소형 LCC라 아시아나의 부채까지 떠안기엔 덩치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12조원이며, 화물사업부의 가격은 5000억~7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LCC사업자 중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만한 업체가 없을 경우 외항사로의 인수가 진행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만에 하나 인수자가 없어 매각하지 못한다면 EU가 요구한 시정조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합병이 불발된다. 외항사나 외국계 화물 물류 전문기업으로 인수될 경우 국부 유출 우려 역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은 사실 우리쪽에서 제안한 사안이다. (EC가 시정조치안 외에) 다른 내용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EC가 조건부 승인을 제시한다면 미국이나 일본도 같은 조건을 내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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