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1.22 12:00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 원료 제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 원료 제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지난해 경기침체로 수요가 꺾였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시장이 올해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IT 수요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국내 대표 MLCC 생산업체 삼성전기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컴포넌트 부문 누적 매출은 2조928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992억원)보다 11.3% 줄었다. MLCC 사업은 삼성전기 컨포넌트 부문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MLCC 평균판매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17.8% 하락한 게 MLCC 사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MLCC는 스마트폰 등의 IT 기기에서 전기를 보관했다가 전자제품 회로에 일정하게 내보내는 핵심 부품이다. 전류가 불규칙적으로 흘러 반도체 부품이 망가지는 상황을 막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 현상도 줄이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보급을 기점으로 성장했던 MLCC 시장은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IT 수요가 증가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22년 글로벌 경기 침체와 IT 최대 시장인 중국의 봉쇄 정책 영향으로 수요가 급격히 하락했다. 시장 규모는 2021년 4조4800억개에서 지난해에는 4조830억개로, 4000억개가량 줄었다.

올해와 내년 MLCC 시장에 대한 업계 전망도 우호적이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MLCC 수요가 올해 4조1930개, 내년 4조3310개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수요 회복은 호재지만, 지난해 8% 하락을 고려하면 3% 성장세는 미미하다는 해석이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전기차 헤드램프용 3225 MLCC(왼쪽)와 BMS용 3216 MLCC. (사진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가 개발한 전기차 헤드램프용 3225 MLCC(왼쪽)와 BMS용 3216 MLCC. (사진제공=삼성전기)

MLCC 전 세계 2위인 삼성전기는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다. MLCC 사업이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기는 정체된 IT 중심에서 성장성 높은 전장으로 MLCC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전략이다.

올해 초에도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전기차·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기회 요인"이라며 "전장이라는 성장 파도에 올라타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전장 사업 집중을 선언한 바 있다.

삼성전기가 '전장'을 택한 이유는 '수익성 확대'다. 스마트폰 한 대에 탑재되는 MLCC가 800~1000개라면, 전기차에는 1만5000개까지 들어간다. 가격도 IT용 MLCC보다 5~10배 비싸다. 현재 IT로 악화한 수익성을 회복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에 삼성전기는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용량의 MLCC를 최근 개발하고 제품군을 확대했다. 더불어 IT용 MLCC를 주력 생산하던 부산 공장에 전장용 MLCC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기는 내년에도 '전장'을 중심으로 MLCC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기는 "전기차 성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레벨 2 이상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시장이 보편화하면서 내년 전장 산업은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전장 라인업과 해외 전장 생산거점을 확대해 시장 성장률을 초과하는 매출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내년 부산 공장의 두 배 규모인 필리핀 라구나 공장, 세 배 규모의 중국 톈진 공장에서 전장용 MLCC 생산을 시작한다. 오는 2030년까지 부산 공장의 전장용 MLCC 생산량을 세 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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