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1.30 15:00

내년 상반기 손실 확정 가능성 높아져
은행권 자체 TF 가동 리스크관리 총력

서울시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서울시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주요 5대 은행 모두 홍콩H지수를 편입한 파생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 하나은행은 홍콩H지수를 편입한 ELT(주가연계신탁), ELF(주가연계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이로써 농협, 신한, 우리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홍콩H지수 연계 파생상품을 가입할 수 없다.

가장 먼저 판매 중단을 선언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리스크관리를 시작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해 12월부터 상품 판매를 끊어 소비자 피해를 줄였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대부분 조기상환에 성공해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249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손실 위험이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내년 상반기 4조7726억원 규모의 만기 자금을 앞두고 있다.

ELS 편입 파생상품은 아직 손실 확정이 아닌 만큼, 홍콩H지수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일단 홍콩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실적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바이두와 샤오미의 3분기 실적은 예상을 상회했으며 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핀둬둬 역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터치한 뒤, 같은 해 말 8000선까지 밀렸다. 현재 6000선에서 횡보하고 있어 단기간 내 반등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만큼 강한 모멘텀이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미중 회담 결과에선 양국의 입장만 확인됐다. 중국의 경기 회복 역시 2016년과 2020년보다 약해 홍콩 주식시장을 견인할 힘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의 판매 단속 발언으로 은행권이 스스로 판매를 중단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9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일부 은행에서 ELS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 예방조치를 마련했다고 운운하는 건 자기 면피로 보인다"며 "자필 서명 등을 근거로 ‘불완전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적합성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취지를 생각하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은행권 전수조사 후 불완전판매 발견 시 강력 조치하겠다는 압박으로 받아들여 은행들이 스스로 몸을 낮췄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내달 1일까지 국민은행의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도 서면 등으로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 자칫 제2의 사모펀드 사태로 번질 우려가 높다.

일단 시중은행은 자체 TF를 꾸려 ELS 가입 고객에게 매일 투자 현황을 알리고 있다. 또 불완전판매 상황이 있었는지 재확인하고 고객들에게 손실 보전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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