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1.30 12:15

"섣부른 경기부양 시도시 부동산 가격만 올라…어려운 계층 선별 지원해야"

이창용 한은 총재가 30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이창용 한은 총재가 30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데 대해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모두 금리를 동결하고 그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2%)를 수렴할 때까지 지켜보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 총재에 따르면 6명 중 2명은 "물가 뿐만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4명의 위원은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향후 국제유가 불확실성 등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 금통위에서는 5명이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이번에는 4명으로 줄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을 직전 8월 전망과 같은 1.4%로 유지했다. 달성 여부와 관련해 이 총재는 "한 달 남았지만 한은 예측대로 가고 있다"며 "수출이 8~9월 반등할지 알았는데 좀 늦어서 마음 고생했지만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여 1.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2.1%로 0.1%포인트 낮췄다. 반면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2.1%에서 2.3%로 상향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우리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성장률 전망이 OECD가 한은보다 높다"며 "내년 2.1% 예측이 낙관적으로 한 게 아닌 만큼 수출이 좋아지면 2.1%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틀리더라도 성장률이 더 높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낮은 성장률에 따른 경기부양 필요성에 대해서는 "섣불리 부양하면 부동산 가격만 오를 수 있다"며 "현 상태에서는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성장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이자율이 높고 가계부채 비중이 높고, 취약계층이 어려우니 타깃해서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절대액으로 보면 안 된다. 절대액이 늘어나지 않게 정책을 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며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3.6%, 내년은 2.6%로 전망했다. 직전 8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올렸다.

물가 경로를 상향하면서 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묻자 이 총재는 "하마스 전쟁으로 유가가 많이 올랐고, 여름 날씨로 인해 농산물 가격도 많이 오른데 따른 일시적 문제"라며 "예측보다 한 달정도 미뤄진 건데 기조상 변화는 없어 금리를 유지했다"고 답했다.

특히 "금리 안 올렸다고 물가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라. '물가 안정'이 가장 첫 번째 목표"라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방법도 있고, 긴축수준을 오래 끌고 가는 방법도 있다. 여러 요인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목표인 2% 수렴시기는 "조건부 예측이지만 내년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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