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2.06 13:20

내년 2월 애플 첫 OLED 아이패드 출시 '관심'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 통상 기업이 선장을 바꾸는 이유는 기존 기조에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꾀하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의 변화와 혁신을 꼽으라면 단연코 '흑자 전환'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23일 LG디스플레이는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되지만, 이달 1일 LG디스플레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정 사장의 취임과 함께 정호영 전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용퇴를 밝혔다. 정호영 사장은 퇴임사에서 "무거운 짐만 남겨두고 떠나게 돼 미안한 마음"이라며 "신임 CEO를 중심으로 당면 과제에 집중력을 잃지 말라"며 LG디스플레이를 떠나는 마지막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OLED 체질 개선 성공' 정호영 사장 '졌잘싸'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었던 정호영 사장은 정철동 사장이 놓인 상황처럼 '흑자전환'이라는 막중한 임무와 함께 LG디스플레이에 투입됐다. 

당시 중국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저가공세를 펼치면서 패널 가격이 내려가고, 국내 LCD의 입지가 좁혀졌다. 이미 국내 디스플레이 상대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철수한 상태였기에, 상대적으로 LG디스플레이가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낸 영업손실만 1조3594억원이었다. 첫 '조 단위'를 넘는 손실이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축소하고, OLED 체제로 전환하면서 구조혁신을 단행했다.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지듯 구조를 갑자기 바꾸면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호영 사장이 긴급 선임됐다. 악화된 상황인 만큼 정호영 사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컸다.

4년 동안 정호영 사장은 줄곧 '흑자전환'과 'OLED로의 체제 변환'을 우선시하며 회사를 이끌었다. 그 결과 2021년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2조2307억원을 기록했다. OLED 패널을 통한 체질 개선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경기 침체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러한 침체에 가장 예민한 부품 업계 속성으로 지난해 2분기에는 4884억원의 적자가 났다. 이후 6분기 동안 적자에 갇혀있다. 심지어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지난해보다 더 큰 2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업계는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철동 신임 LG디스플레이 CEO.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정철동 신임 LG디스플레이 CEO.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정철동 신임 CEO, 애플과의 파트너십 강화 전망

이에 LG디스프레이는 전략을 수정했다. 수장을 교체하되, '기술'에 특출난 인물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정철동 전 LG이노텍 사장이다.

정철동 사장은 LG그룹 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가로 꼽힌다. 1984년 LG반도체로 입사한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 담당 상무, 생산기술 센터장과 최고생산책임자를 거치며 OLED 등 디스플레이 생산 기반의 초석을 닦는 데 공을 세웠다.

업계는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가 겪고있는 '부진의 사슬'을 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취임 직전까지 이끌었던 LG이노텍을 그룹 내 최고의 알짜 회사로 키워낸 전적이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2019년 LG이노텍에 정철동 사장이 부임된 이후 2021년, 202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특히 정철동 사장이 LG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애플 전문가'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LG이노텍은 올해 상반기 기준 애플 매출 비중의 75.4%에 달할 만큼 애플의 주요 부품 공급사로 성장했다. 대다수 부품 업체가 경기침체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LG이노텍은 '애플 라인'으로 실적 선방하는 상황이다.

통상 애플 의존도가 가장 높은 업계는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의 애플 의존도는 36%, 삼성디스플레이는 21%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지난 하반기부터 애플에 납품하고 있는 아이폰15 프로·프로맥스 OLED 점유율도 65%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큰 고객인 셈이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정철동 사장은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흑자 전환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은 애플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대응과 선점이 중요한 시기다. 내년 2월 중 애플이 첫 OLED 아이패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시점과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아이패드용 OLED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용 패널 단가는 아이폰보다 3~4배 가량 높기에, 실적개선의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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