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2.07 14:55
이석희 SK온 사장. (사진제공=SK온)
이석희 SK온 사장. (사진제공=SK온)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7일 SK온의 임원인사를 끝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장의 거취가 분명해졌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을, 삼성SDI는 안정적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연임'을 택했다. 

이번 국내 배터리 3사 수장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뜨거웠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줄고 있고, 중국산 배터리도 과잉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 배터리 시장은 더욱 치열할 것"이라며 "배터리 3사 모두 수급 정책, 시스템 등을 수정하며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수장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SK온 수장으로 '컴백'

SK온은 이날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SK온 관계자는 "이 사장의 위기대응, 제조역량 능력이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기업으로 진화시킬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소문난 '제조업 전문가'다.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 이후 인텔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며 최고 기술자에게 수여되는 '인텔 기술상'을 세차례 받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를 지냈다. 2018년부터 SK하이닉스 사장을 맡은 그는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솔리다임 의장을 맡았다.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실적 상승에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취임 전 이 사장이 사업총괄 직책을 수행했을 당시 D램 미세공정 전환이 늦어진 탓에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2015년 분기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은 2016년 2분기 453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 사장은 D램 미세공정 전환 전략에 집중했고, 그 결과 2016년 3분기 영업이익은 7270억원, 4분기에는 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빠른 체질 개선에 능한 이 사장은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며 '흑자전환'이라는 과제를 다시 부여받았다. 

SK온은 출범 이후 올해 3분기까지 약 2년동안 줄곧 적자 늪에 빠져있다. 심지어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될 당시 기업공개(IPO)를 계획했지만, 2025년 이후로 미루면서 해외 보증채무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오는 4분기도 흑자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에도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20년 1월부터 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맡아온 지동섭 SK온 사장은 그룹 사령탑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사회적가치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 업계관계자는 "반도체에 능한 인물이 배터리 기업의 수장이 되는 것은 독특한 선택이지만, 밖에서 안을 보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어 기업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엔솔 사장…'엔솔 2.0' 시대 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대 교체'에 방점을 두며 수장 교체에 나섰다. 오는 3월까지 임기가 남은 권영수 부회장이 퇴임하고, 그의 후임으로 김동명 사장이 선임됐다. 권영수 전 부회장과는 12살 차이다. 

김동명 사장은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 핵심 사업 부문의 성장을 이끌어 온 배터리 전문가다. 

특히 주요 고객 수주 증대, 합작법인(JV) 추진 등 압도적 시장 우위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마련, 생산 공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으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에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김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이끌 예정이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엔솔 2.0 시대를 위한 전략으로 그는 ▲초격차 제품·품질 기술력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 ▲압도적인 고객 충성도 확보 ▲미래 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선도 등을 꼽았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제공=삼성SDI)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제공=삼성SDI)

◆유일한 '연임' 최윤호 삼성SDI 사장…안정 위해 '전고체 배터리' 공략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과 달리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내년에도 회사를 이끈다. 경기침체에도 특유의 안정적 성장전략으로 선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최윤호 사장의 취임 이후 삼성SDI는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경쟁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기조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 사장만의 침체 돌파구는 '연구개발(R&D) 투자 집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3분기까지 8364억원의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7304억원)과 SK온(2207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 중 삼성SDI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다. 유일하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를 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도, 차분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전고체 투자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SDI는 중대형전지사업부 내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한다.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다. 고주영 중대형전지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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