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2.12 15:48

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과제별 로드맵 마련
이사회 독립성 강화, 승계절차 투명화·감시기능도 충실

1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1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앞으로 은행지주와 은행들은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선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CEO 선정과정을 문서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도 강화된다.

금융감독원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갖고,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이번 모범관행은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관한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하고 은행별 경영전략, 리스크 프로파일, 조직 규모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사외이사 지원조직을 CEO가 아닌 이사회 산하에 독립조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업무총괄자의 임면과 성과평가에 이사회가 관여하고,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도 운영한다.

또 CEO선임과 경영승계 절차에 대해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전부터 후임을 뽑는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했다. 외부후보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가 방식을 활용해 공저한 평가 기회를 제공토록 했다.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을 작성해 후보군을 관리하고, 신규 이사 선임시 활용토록 했다.

이사회에서는 CEO 선정과정을 포함해 승계 계획을 문서화하고 자격과 평가요건을 공개토록했다. 적정 규모의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연 1회 이상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소비자 피해사례나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저하된 상황"이라며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을 가지는 이사회가 주도해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문화와 성과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사회가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중요하며 이날 발표된 지배구조 개선 모범관행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의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한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CEO 선임이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전했다.

경영진의 참호구축이란 소유-분산기업에서 현직 CEO가 자신이 통제 가능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참호를 구축하는 현상으로 최근 학계에서 '주인-대리인 문제'의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의 준법경영에는 최고경영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CEO권한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준법의식 결여로 경영진의 위법·부당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지 이사회가 감시기능을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금리 기조로 실물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연체율 관리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아직까지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양호한 상황이지만 예상치 못한 손실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의 확충과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세심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금융지주들의 '부회장' 운영과 관련해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진일보된 제도이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과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며 "CEO 선임 과정이 과거처럼 불투명하고 특정 인물이나 흐름에 좌우되는 것보다는 공정·투명하고 사전 검증이 가능한 기준에 의해 진행되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DGB금융지주에 대해 "모범관행에 담겨 있는 핵심원칙은 하루아침에 구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 회장 등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을 DGB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능력과 비전이 입증된 경영진이라면 연임이 아닌 3연임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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