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2.14 11:10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부터 전기 상용차(화물차·버스 등) 배터리 모듈을 유럽에 공급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상용차 배터리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골머리 앓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게임체인저'이다. 승용차보다 8~13배 많은 배터리·부품을 탑재하는 만큼 적은 거래량에도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상용차 사업은 최근 들어 국내가 아닌 해외에 초점 맞춰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전기 상용차 시장은 사실상 중국산에 지배당했다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국내에 있는 전기상용차의 4대 중 1대는 중국산이다. 국내에서 전기차 붐이 일어 전년보다 중국버스 수입량이 154.5% 증가한 결과다. 

이 중 가장 심각하게 잠식당한 차종은 우리가 평소에 타는 시내·시외 버스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점유율(52.3%)은 이미 50%를 웃돌고 있다. 현실은 이 수치보다 높을 것이다. 일부 버스 업체들이 중국 전기버스를 반조립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한국산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낮은 가격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버스는 값싼 LFP배터리를 탑재하며 대당 1억5000~2억원 안팎에 팔고 있다. NCM배터리를 사용하는 국산 버스(약 3억원)와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심지어 중국 전기버스 관련 기업들은 LFP 배터리에 대한 미국·유럽의 견제가 계속됨에 따라 느슨한 한국 시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시장에 국내 기업의 자리가 없어지는 실정에 정부는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추가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올해부터 시행했다. 대놓고 중국산을 배제하고, 국산 전기버스를 밀어주려는 것이다. 

과연 이 정책은 실효성이 있었을까. 결과는 처참한 실패다. 국산 전기버스가 보조금을 모두 받더라도 여전히 중국산 전기버스보다 3000~8000만원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내수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에 보다 주력하도록 부추긴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조차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퇴각이 정답이라고 등 돌리고 있다. 

이제 정부는 수소버스가 대세라며 수소버스 육성에 힘주고 있다. 달리 말해 전기버스 시장은 중국에 내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수소버스라고 다를텐가. 최근 수소버스의 중국 경쟁력은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안이라는 명분으로 회피를 일삼다 벼랑 끝에 몰리기 전에, 더 촘촘하고, 득이 되는 정책으로 안방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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