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2.15 11:52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홈페이지)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홈페이지)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KT&G 수장을 9년째 맡으며 역대 최장수 CEO 집권 기록을 세운 백복인 사장이 내친김에 4연임 도전에 나설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행동주의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4연임 시도를 ‘과욕’으로 판단, 제동을 걸면서 백 사장은 암초를 만났다. FCP는 그동안 백 사장이 KT&G의 주가 부양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경영 성과도 미진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장 선임 관련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현직 사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자보다 우선 심사가 가능하다는 일종의 ‘특권’을 삭제한 것이다.

이사회의 이러한 결단은 FCP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결과다. 앞서 FCP는 이달 초 KT&G 이사회에 사장 후보 선임 절차 개선 사항을 요구한 서한을 발송했다. 지난 2021년 사장 선임 당시, 백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한 것은 공정성에 반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장 선임에는 외부 인사 영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FCP의 이러한 의지를 미뤄볼 때, 내년 KT&G 이사회가 열리면 신임 사장 선임안을 두고 KT&G와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백 사장은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1993년 공채로 입사해 30년 이상 KT&G에만 몸담았다. 2015년 사장에 취임하면서 3연임에 성공했고, KT&G의 매출 규모 확대를 공적으로 4연임 도전의 명분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매출 증대와 달리 회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내리막길이다. 2016년 1조4688억원이던 KT&G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2677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016년 32.9%에서 지난해 21.7%로 크게 떨어졌다. 2015년 이후 담뱃값 인상이 없다는 점이 영업이익률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해외시장 개척에서 경쟁사보다 성과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 1위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글로벌 지역의 담배 제조사를 잇따라 사들이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글로벌 담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14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약 1470억 달러(약 190조6600억원)로 집계된다. 반면 KT&G 시가총액은 약 12조1600억원으로 필립모리스와 15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유상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상무가 'KT&G 사장 후보 선정 정상화 제안'이라는 영상을 통해 KT&G의 사장 선임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출처=유튜브 캡처)
유상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상무가 'KT&G 사장 후보 선정 정상화 제안'이라는 영상을 통해 KT&G의 사장 선임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출처=유튜브 캡처)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백 사장의 4연임 도전을 두고 FCP의 이의제기를 별개로 치더라도 우호적 환경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KT&G의 1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최근 지분 일부를 매도해 2대 주주(6.20%)로 내려앉았다. 국민연금은 2021년 백 사장 3연임을 찬성한 바 있다. 당시 3연임 반대표를 던진 IBK기업은행은 국민연금의 지분 매도로 인해 1대 주주(6.93%)로 올라섰다.

더욱이 FCP 등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지분은 1% 안팎에 불과하지만 60%에 달하는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운동’을 활발히 펼치며 백 사장의 4연임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FCP는 KT&G의 주가 부양 의지가 의문이라며 소액주주들을 설득 중이다. KT&G 주가는 백 사장이 첫 임기를 시작하던 2015년 7월, 13만9500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뒤, 현재(14일 기준)는 9만1400원을 기록 중이다.

한편, 이번 백 사장의 4연임과 연관해 KT&G는 이달 중 후보 인선 등 주요 사안을 정리해 외부 공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상황에 비춰볼 때 KT&G가 백 사장의 4연임을 적극 지지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그럼에도 백 사장의 4연임에 나선다면 장기 집권에 걸맞은 확실한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