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1.11 16:26
백복인 KT&G 사장. (사진제공=KT&G)
백복인 KT&G 사장. (사진제공=KT&G)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KT&G 차기 사장 인선이 ‘소용돌이’에 말려들 조짐이다. 백복인 사장이 4연임 도전을 포기한 가운데 이사회가 외부의 ‘순혈주의’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겠냐는 시선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백 사장이 3연임 기간 동안 경영성과가 신통치 않았음에도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장기집권에 성공하지 않았냐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KT&G에 따르면, 백 사장은 전날 KT&G 이사회에 차기 사장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동안 백 사장의 행보를 미뤄봤을 때 4연임 도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거세진 외부압박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이다.

다만 KT&G 측은 백 사장의 연임 포기가 외부 압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백 사장 용퇴는 외부 영향과 전혀 무관하며, 한 차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CEO 개인의 용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백 사장이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한창인 상황에서 연임을 포기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통상 현 사장의 연임 포기 의사는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이전에 나온다. KT&G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나섰고, 백 사장은 이미 사내 사장 후보군에 올라있었다. 백 사장은 사장 후보 공모 접수 마감(10일 오후 6시) 임박을 앞두고 하차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연임 과정에서 여러 위기에 처했지만 사장 자리를 지켜냈다. 2015년과 2021년에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으며, 2018년에는 기업은행의 연임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G 2대 주주인 기업은행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백 사장 4연임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저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고강도 압박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보를 주문한 것도 이번 사장 인선에 압박을 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KT&G는 이러한 배경을 고려해 이번 사장 인선을 ‘개방형 공모제’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이후 20년 만에 공모 방식으로 외부인사를 후보군에 넣은 것이다.

지난해 3월 28일 KT&G는 대전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KT&G)
지난해 3월 28일 KT&G는 대전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KT&G)

주목되는 점은 이번 사장 인선에서 사내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모양만 개방형 공모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앞서 백 사장은 1993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마케팅본부장, 생산부문장, 전략기획본부장, 생산R&D부문장 등의 요직을 거쳐 2015년 대표로 선임되는 등 KT&G 순혈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내부 사장 후보 중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을 주목했다. 1971년생인 방 수석부사장은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 겸 글로벌(CIC)본부장,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22년 9월부터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다.

유선규 FCP 상무는 “방 수석부사장은 비서실장 출신이고, 2021년부터 사내이사가 된 (백복인 사장의) 최측근”이라며 “직급도 가장 높고 유력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도학영 영업본부장, 이상학 지속경영본부장, 오치범 제조본부장, 박광일 부동산사업본부장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사장 인선에서 사내 후보군은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 중 10명을 포함해 총 24명의 후보군이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 후보군은 공개모집 응모자 8명과 서치펌 추천후보 6명의 사외 지원자 등 14명이다. 

선임 절차는 약 3개월에 걸쳐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주주총회’를 거친다. 위원회는 5명으로 이뤄진 인선자문단의 심사를 반영해 이달 말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추천할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1차 숏리스트)를 선정한다.

이후 사추위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에 대한 심사를 거쳐 2월 중순에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2차 숏리스트)를 압축하면서 최종 후보자를 2월 말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전체의 총의를 반영해 차기 사장 선임이 결정된다.

KT&G 관계자는 “롱리스트는 인원수 공개만 가능하고, 차후 2차 숏리스트가 선정되면 그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FCP는 내부 후보가 차기 사장에 오른다면 백 사장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며 외부 인사가 차기 사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상무는 “백 사장의 3연임 동안 KT&G 주가 하락과 실적 하락이 이어졌고, 이는 현 경영진의 성과라 말해도 무방하다”며 “현 경영진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자체가 백 사장 신복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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