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21 17:0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민의힘이 21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사실상 출범했다. 이제부터 한동훈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얘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내정자에게는 국민의힘의 총력을 모아서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승리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주어졌다. 개인적으로 여러 정책 구상을 비롯해 국민의힘의 힘을 극대화시킬 방안에 대한 준비를 해왔겠지만 야권의 공세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야권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을 시험하려 들 것이 확실시 된다. 이제까지는 그가 법무부 장관이었기에 정부 각료로서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부터는 여당의 사령탑이므로 이전과 똑같은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과연 한 비대위원장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야권의 공세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정국을 이끌 수 있을까. 

역사의 한페이지가 된 1987년 6·29민주화선언을 떠올려 보자. 6·29민주화선언은 1987년 6월 29일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민정당) 대표가 당시 국민들의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여 발표했다. 시국 수습을 위해 전두환 대통령과의 교감 아래 이뤄진 결단으로 풀이된다. 

당시 4·13 호헌조치를 발표한 전두환 대통령 정권에 반대해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겠다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요구'를 비롯해 궁극적으로는 군부독재가 아닌 민주화된 사회를 쟁취하겠다는 열망이 전국적으로 들끓어 올랐던 상황 속에서 나온 극적인 반전이 6·29민주화선언이었다. 

당시 전국에서 연일 대규모의 가두집회가 발생했다. 경찰이 은폐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폭로되면서 급기야 경찰력이 마비될 정도로 시민의 저항이 거셌다. 군대 투입설까지 나도는 국면이 전개됐다. 이에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는 그해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를 중심으로 하는 8개항의 민주화조치를 내놓으면서 신군부의 군사독재가 청산되고 국민들의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사회로의 진입이 이뤄지게 됐다. 

물론 군부 독재정권 시절이었고 국민들의 언로(言路)도 막혀 있었으며 사회적 분위기 자체도 권위주의가 팽배했던 그 시절과 현재를 단순하게 수평비교를 하는 것은 다소 억지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가운데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실은 1987년 상황을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한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을 어떻게 무리없이 처리하고 성공적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치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그랬듯이 오히려 선제적으로 "김건희 특검을 받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좋은 방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렇게 밝히고 난 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을 설득해야 함은 당연한 수순이다. 김건희 여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와 관련한 수사를 받았음에도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므로 자신감 있게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런 결정이 한 비대위원장 주도로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더십 확립에는 물론이고 여권에게도 여러모로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과거 6·29민주화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관철됐고, 그 무렵부터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비약적으로 이뤄졌으며 경제성장도 가속화 된 것처럼 한 비대위원장의 '김건희 특검 수용' 선언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발전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교정직 공무원 처우 개선을 비롯해 인구·노동·치안·인권 문제,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 등을 고려한 이민청 신설 및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피해자 이모씨의 국가 배상금 반환 소송과 관련해 초과 지급된 배상금 원금만 납부하면 지연 이자 납부는 면제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인권 확립'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야 모두에게서 박수를 받았던 이 같은 면모에 더해 당당한 자세로 '만인에게 평등한 법과 원칙'을 확립하는 자세까지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스타 장관 출신인 그가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면 현재 이념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지속되는 사회 분위기가 상대방의 입장을 용인하고 상호 장점을 포용하는 '통합의 기조'로 일부나마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여당 입장에선 '제2의 6.29선언'을 기점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 스타 출신 장관인만큼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과연 한 장관이 치고 나가는 용기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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