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2.28 16:29

가맹점주들, 본사 대상으로 '공익신고' 검토

(사진제공=bhc)
(사진제공=bhc)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메뉴 가격 인상에 대해 가맹점주들이 '본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복수의 가맹점주는 본사가 이번 가격 인상을 계기로 가맹점들에게 공급 중인 식자재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치킨박스 공급가격이 50% 가까이 인상되는 등, 공급 품목 대부분 평균 20% 이상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뉴스웍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bhc 가맹점주들은 네이버 밴드 등 가맹점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본사의 식자재 가격 인상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번 치킨 가격 인상은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을 더 높게 받기 위한 ‘가맹점 쥐어짜기’라는 주장이다.

차액가맹금이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상품·원재료·부재료·정착물·설비 등 원자재 필수품목을 지정해 가맹점주에 유통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된 차액의 수익을 뜻한다.

전날 bhc는 이달 29일부터 치킨값을 평균 12.4% 올린다고 발표했다. bhc의 가격 인상은 2021년 12월 이후 2년 만이며, 인상액은 최저 500원에서 최대 3000원이다.

대표 메뉴인 ‘뿌링클’은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후라이드치킨’과 ‘골드킹’도 1만7000원에서 2만원으로 각각 3000원씩 인상했다. ‘바삭클’은 2000원 오른 1만8000원에, ‘맛초킹’과 ‘양념치킨’ 등도 3000원씩 오른 2만1000원에 판매된다. 부분육 메뉴는 품목별로 1000~3000원 인상한 가격에 판매한다.

bhc 측은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주문 중개 수수료 및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원부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들었다.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가격을 올려도 경쟁 브랜드 치킨 가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소비자 판매가를 인상하면서 가맹점의 원부자재 공급가를 평균 8.8%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가맹점들은 8.8%라는 숫자가 ‘눈속임’이라고 항변했다.

한 가맹점주는 “최근 본사가 기름값을 2만원 정도 내렸는데, 그걸 원부자재 공급가에 포함시키면서 전체 품목이 8.8% 인상에 그친 것으로 호도되고 있다”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닭은 10% 가까이 올랐고, 치킨포장박스 인상률은 무려 50%에 육박하는 등, 대부분의 품목이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값 인하는 작년 공정위 조사와 같이 (외부 압박으로 인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실질적으로 본사는 손 안 대고 코를 풀면서 손해는 소비자들과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해 6월 bhc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기성품인 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제한 것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bhc를 신고한 바 있다. 이후 본사는 공정위 현장 조사가 이뤄지자 기름 공급 가격을 4650원 인하했고, 이번 추가 인하는 해바라기유 국제 시세 안정화에 따른 후속 조치로 알려졌다.

당시 bhc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15㎏ 한 통당 9만750원(부가세 포함)에서 14만6025원으로 올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가격을 단번에 61% 올린 것이다.

bhc치킨 전국 가맹점협의회의 ‘2023 하반기 간담회’ 모습. (사진제공=bhc)
bhc치킨 전국 가맹점협의회의 ‘2023 하반기 간담회’ 모습. (사진제공=bhc)

한편에서는 이런 행태가 본사의 비현실적인 영업이익률의 비결이라는 주장이다. 

bhc는 2014년 12.5%였던 영업이익률이 2016년 22.6%로 껑충 뛰어올랐고, 최근 3개년 평균 30%대(2020년 32.5%, 2021년 32.2%, 2022년 27.9%)를 보이며 경쟁사를 압도한다. 교촌치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7%에 불과하다.

특히 본사의 할인 프로모션 진행이 가맹점 의사와 무관하게 강압적이며, 가맹점 사이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한 달에 20일 이상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실제로는 3000~4000원의 할인액에서 가맹점이 1500~2000원을 부담하는 방식”이라며 “한 달에 두 번만 쉬고 낮 12시에 오픈해 밤 12시에 문을 닫는 의무적인 영업시간에 자영업을 하는 건지, 본사 직원이 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배민(배달의민족) 깃발을 2개만 꼽으면 충분했지만, 본사가 상권 보호를 안 해주다 보니 이제는 10개를 꼽으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과거에 서로 돕고 잘 지냈던 가맹점주가 원수가 돼버린 상황이고, 본사가 가맹점들의 과당경쟁을 유도해 수익을 더욱 높이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bhc의 가맹점수는 2020년 1619개, 2021년 1770개, 지난해 1991개로 최근 3개년 사이 평균 약 11% 증가하고 있다. 올해 가맹점수가 전년 대비 11% 늘어난다면 2200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쟁사인 교촌치킨의 올해 3분기 가맹점수는 1376개다.

한편, 가맹점주들은 이번 본사 방침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익신고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신고에 나선다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신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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