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27 17:07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5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들이 배달앱 시장을 장악한 ‘배달의민족(배민)’ 보이콧을 본격화한다. 가맹점주들은 배달앱의 ‘폭리 취하기’가 임계점을 넘어 시장을 와해시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이대로 가면 치킨값이 4만원까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의 모 식당에서 교촌치킨, BBQ, bhc, 굽네치킨, 푸라닭 등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가맹점주협의회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배달앱 플랫폼들의 횡포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가맹점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A브랜드 가맹점주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급성장한 배달앱들이 시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한 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고혈 짜기’를 고도화하고 있다”며 “더욱이 이러한 문제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가맹본부들은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가맹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방관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가맹점주 대표들은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확보한 배민에 성토를 쏟아냈다. 배민을 이용하면 각종 명목의 수수료를 지불해 수익 저하는 물론, 적자까지 보는 상황이라 하소연했다.

배민이 최근 출시한 ‘배민 1플러스’로 주문을 받으면 세 종류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예컨대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판매한다면 중개 수수료(판매 금액 6.8%), 배달비(3000원대), 카드수수료(1.5~3%) 등 약 6000원 정도를 지출한다.

쿠팡이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맹점주 대표들은 쿠팡이츠 역시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배민과 마찬가지로 가맹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차후 가맹점들과의 협력을 통해 최근 쿠팡이츠가 새롭게 출시한 스마트요금제를 보이콧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B브랜드 가맹점주 대표는 “가맹점주들은 옛날처럼 동네에 광고 전단지를 뿌리고 자체 라이더를 고용해 소비자들에게 배달비를 안 받고 싶은 심정”이라며 “지금은 라이더를 자체 고용하고 싶어도 배민의 라이더 ‘싹쓸이’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이들은 블랙컨슈머(악성민원 소비자)와 관련된 배달앱들의 대응체계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호소했다. 가령 배달앱을 통해 위생불량이나 배달사고 등의 민원을 제기하면, 민원 제기자가 블랙컨슈머의 소지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C브랜드 가맹점주 대표는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배달앱에 신고하면 배달앱 콜센터 담당자가 진위 확인 과정도 없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해 드릴까요’라는 허무맹랑한 대응을 한다”며 “가맹점주들은 블랙컨슈머의 민원에 영문도 모른 채 과태료와 영업정지라는 치명타를 맞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 대표들은 이러한 실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3만원대에 육박한 치킨값이 조만간 4만원대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D브랜드 가맹점주 대표는 “2년 전 윤홍근 비비큐 회장이 치킨값 3만원 발언을 하면서 언론에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며 “배달비부터 식자재비, 인건비 등 이것저것을 떼가면 가맹점주들에게 남는 게 하나도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들의 이러한 불만들을 해소하기 위해 치킨값 인상 카드를 계속 꺼내 들 것”이라며 “자영업자의 고혈을 짜내는 배달수수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치킨값이 천정부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각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신속하게 제재하겠다는 취지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 무산된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해당 법은 관련 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공정위가 한발 물러선 상태다. 

가맹점주 대표들은 향후 배달앱과 관련된 실상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E브랜드 가맹점주 대표는 “가맹점주들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 우선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배달앱 서비스 보이콧에 나설 계획”이라며 “총선 이후 새 국회가 구성되면 문제를 제기하고, 유관기관과 협회, 언론 등 해결방안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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