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1.03 13:30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홈페이지)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홈페이지)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행동주의사모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최근 KT&G의 사장 후보 선정 절차를 두고 백복인 KT&G 사장의 4연임을 위한 ‘말장난’이자 ‘밀실 투표’라고 강력 비판했다.

3일 FCP는 지난해 12월 28일 KT&G가 발표한 사장 후보 선정 절차에 대해 “3중 바닥 철밥통 카르텔”이라고 빗대며 “국민연금은 KT&G 사장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주지 말고 KT와 포스코와 동일하게 일관적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KT&G는 차기 사장 후보 공모 기준과 선정 과정을 공개하며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3단계’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CP는 세 기구가 백복인 현 사장의 임기 내 임명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8월 11일 공시된 KT&G의 지배구조위원회 명단에 따르면, 위원회는 현 사외이사 6인 중 5인(현 사외이사 백종수·김명철·임민규·손관수·이지희·고윤성 중 고윤성을 제외한 전원)으로 꾸려졌다. FCP는 이전 사례에 비교했을 때 사외이사 전원 6인으로 구성될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와 동일한 인적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사회 역시 8인 중 6인이 사외이사로 구성되면서 사외이사가 찬성하면 의결이 가능한 구조라 설명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3단계 모두 같은 인물로 구성된 상황에서 괜히 복잡한 한자를 쓰며 포장하고 있다”며 “간단히 ‘3중 바닥 철밥통 카르텔’이라 하면 될 일”이라 비판했다. 이어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을 무릅쓰고 백복인 사장을 ‘연봉킹’으로 만든 장본인들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언어유희로 주주와 사회를 현혹한다는 점에서 질이 나쁘다”라고 쏘아붙였다.

또한 FCP는 KT&G가 사장 후보 선정 프로세스의 첫 번째 단계인 지배구조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해 숏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밝힌 점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단일 후보를 추리는 2차 심사과정은 외부인 의견 없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단독 결정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선 자문단이나 외부 전문가를 언급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최종 후보 선정은 결국 이사회 단독 결정”이라며 “총 6명의 사외이사 중 5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전문성‧객관성 부족으로 외부인사 자문이 필요하다면, 똑같은 인원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는 무슨 명분으로 외부감독 없이 단독 결정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연임 또는 세습’이라는 답정 선거를 무리해서 추진하려다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속 보이는 불공정 선임 과정에 어느 인재가 들러리를 서겠다고 지원하겠는가. 예전처럼 전‧현직 임원으로 한정하는 프로세스가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28일 KT&G는 대전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KT&G)
지난해 3월 28일 KT&G는 대전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KT&G)

FCP는 KT&G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6.31%)에도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원칙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민영화 3대 기업인 KT, 포스코, KT&G 중 KT&G가 가장 나쁜 사례임에도 침묵한다는 주장이다. KT와 포스코가 수용한 사장 인선의 주주 추천도 KT&G는 허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 삼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G 주총에서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저가에 주식을 매도, 기업은행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3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포스코와 KT&G의 사장 후보 선정 과정을 비교하면서 국민연금이 ▲포스코처럼 사외이사 단독 결정에 추가로 주주 추천까지 막아 놓은 절차는 문제가 아닌가 ▲50% 주가를 올린 포스코 회장의 연임에 반대라면 20% 폭락한 사장의 연임은 찬성인가 ▲포스코가 ‘황제연임’이라면 자사주를 재단에 ‘셀프 기부’해 실질적 최대주주에 오른 사장은 뭐라고 부를 것이냐며 세 가지 질문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KT, 포스코의 연임 및 내부세습에 호루라기를 불어온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자행되는 KT&G의 밀실선거는 애써 못 본 척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수천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에 원칙도, 행동도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편, KT&G 측은 FCP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투명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금번 KT&G 사장 선임은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 하에 사장 선임 전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공정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KT&G의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 등에 따라서 약 3개월에 걸쳐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의 3단계 프로세스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예정으로, 최종적으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총의를 반영해 사장 선임이 결정될 것”이라며 “금번 사장후보 선정은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사장 후보에 도전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했고, 더욱 공정한 자격 심사를 위해 인선 자문단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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