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1.06 00:15
나노 티라노(왼쪽)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제공=안드레이 아투친)
나노 티라노(왼쪽)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제공=안드레이 아투친)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지구 역사상 최강의 육식동물로 평가되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티렉스는 '폭군 도마뱀 왕'이라는 명칭답게 중생대 백악기 지상을 지배했다. 그런데 동 시대에 덩치가 티렉스에 15%에 불과한 '꼬마 티라노'가 존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의 발단은 1942년 몬태나 주에서 발견된 두개골에서 출발한다. 화석에는 '피티'라는 이름이 붙었다. 피티는 티라노처럼 생겼지만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보기에는 체격이 왜소해 고생물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고생물학계에서는 피티가 왜소증에 걸렸거나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주장과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른 별개의 종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화석 발굴 초기에는 피티를 새로운 종으로 분류하면서 '나노티라누스'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최근 화석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어린 티라노사우루스가 맞는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피티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은 지난 2020년 뼈 나이테 분석으로 아직 성체가 되기 전인 15살에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티를 새로운 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영국 배스대와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 '화석 연구'에 "피티의 화석을 바탕으로 재분석한 결과,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작은 턱, 긴 다리, 큰 팔을 가진 새로운 종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동안 잠잠했던 '나노 티라노사우루스'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연구진은 피티가 15살에 죽은 것은 맞지만 성장하더라도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뼈의 형태와 성장판의 남은 정도를 고려해 피티가 성체가 됐을 때 형태를 재현했다. 그 결과 피티의 최대 몸무게는 900~1500㎏으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추정 몸무게인 8000㎏의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키가 9m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피티의 최대 키도 5m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화석도 발견했다. 에반 사이타 시카고대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공룡 화석을 다시 분석해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고 결론 내렸다. 이 화석은 몸길이가 5m, 두개골 길이는 45㎝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가 가진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닉 롱리치 배스대 연구원은 "피티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라며 "수차례 모델링 분석을 반복했으나 피티가 다 성장해도 티라노사우루스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노티라누스 이론에 반대하는 고생물학자들은 두개골의 넓은 이마를 포함해서 오직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장하고 있다.

나노 티라노는 나이가 들더라도 티렉스처럼 커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제공=화석연구)
나노 티라노는 나이가 들더라도 티렉스처럼 커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제공=화석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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