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1.22 23:40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정부가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되면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이 사라지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타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 단통법 폐지는 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단통법 이전 보조금 출혈경쟁 등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통신사들은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법령에 맞춘 공시지원금 및 프로모션을 운영해왔다.

이달 31일 출시하는 '갤럭시S24' 시리즈의 경우 현재 통신 3사가 책정한 해당 기기의 공시지원금은 KT가 5G 요금제 기준 최저 5만원에서 최대 24만원(월 13만원 요금제 선택 기준)으로 가장 많다. 다른 통신사도 5G 최고 요금제 기준 ▲SK텔레콤 5만2000~23만원 ▲LG유플러스 10만~17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는 월 요금에서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 제도가 유리하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돼 통신사 공시지원금 규모가 현재보다 더 크게 확대될 경우 소비자들은 선택약정 할인폭과 비교해 더 저렴한 가입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변수는 통신사들이 투입하게 될 보조금 규모인데, 통신사들은 현재 충분한 실탄을 비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겼고 2022년에는 4조383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4조4712억원으로 추산돼 3년 연속 4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확정적이다. 단통법 시행 이전 2014년 통신 3사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대였다는 것과 비교할 때 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 본격 수익화, KT의 비용 감축과 통신 밖 포트폴리오 확대, LG유플러스의 미디어 사업 본격화 등에 힘입어 올해도 이 같은 이익 증가 폭이 유지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통신사에게 리베이트(판매수수료)를 받는 대리점들 역시 관련 법이 개정돼 상한선 제한이 풀리면 고객 유치를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할 수 있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해 온라인시장 활성화, 통신사업자의 신사업 진출 등 상황이 바뀌어 과거처럼 과열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신사업에 진출하며 수익모델을 확대하고 있어 출혈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조금 추가 지급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CAPEX(설비 투자) 등 장기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가입자 빼앗기' 경쟁에 돌입하면 업계 전체가 손실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단통법은 폐지하되 선택약정 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정부의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에게 형평성을 부과하고자 둔 것이 선택약정 제도"라고 지적했다. 

단통법 제정 취지였던 소비자들이 과도한 값을 치르는 이른바 '호갱(속이기 쉬운 손님)'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통법 폐지 이후 일시적 시장 혼란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원금 공시의무 폐지로 통신 시장이 다시 혼탁해질 가능성을 막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업자 간 과도한 출혈 경쟁과 단통법 제정 취지가 됐던 이용자 차별 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정부는 시장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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