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4.01.29 18:26
도요다 아키호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021년 '도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에 대한 미디어 설명회에서 도요타자동차의 미래차 개발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도요타 유튜브 채널)
도요다 아키호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021년 '도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에 대한 미디어 설명회에서 도요타자동차의 미래차 개발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도요타 유튜브 채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디젤엔진 ECU(전자제어유닛) 프로그램을 조작해 인증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도요타는 디젤 차종의 비중이 낮지만, 장인정신을 앞세우며 그간 쌓았던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29일 일본 현지 매체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디젤 엔진 3종에 대해 품질인증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 엔진 출력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ECU를 조작해 인증시험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도요타자동차그룹의 모회사인 도요타인더스트리 측은 "엔진을 재검사한 결과 출력 기준을 충족하지만, 당초 설계와 다른 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ECU가 조작된 엔진이 탑재된 차량들의 출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ECU를 조작해 인증시험을 통과한 엔진은 디젤엔진 3개 모델로 ▲랜드크루저 300 ▲하이럭스 ▲하이에이스 ▲다이나 ▲렉서스 LX500d ▲두트로(히노자동차) 등 10개 차종에 해당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종은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다.

이번 사건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1위 도요타의 위상은 큰 흠집이 났다. 지난 2015년 아우디와 모그룹인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속이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디젤게이트'와 유사한 사건이다.

특히 도요타의 조작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회사인 다이하쓰가 충돌시험과 연비시험 등의 품질 인증 취득 과정에서 64개 차종, 174건의 부정을 저지른 것이 발각돼 파문이 일었다.

ECU를 조작해 출하 중단된 도요타 '랜드크루저 300'. (출처=도요타자동차 홈페이지)
ECU를 조작해 출하 중단된 도요타 '랜드크루저 300'. (출처=도요타자동차 홈페이지)

4월 회계법인인 도요타는 아직 지난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연간 1115만대를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위인 폭스바겐그룹(923만9500대)과는 191만대, 3위인 현대차그룹(730만2451대)과는 385만대 차이다. 

성장율을 비교해보면, 도요타는 지난해 전년 대비 5.4% 성장한 반면,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각각 12%, 6.7% 이상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요타발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판매량이 주춤한 사이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이 늘어날 경우, 완성차 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도요타 차량의) 판매 금지가 이뤄진 만큼 브랜드에 타격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이 사건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폭스바겐이 도요타를 제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창업자 가문인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도요타 품질 부정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직접 해명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