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2.10 00:15
덴마크 후텐에서 사리풀 씨앗을 넣은 로마시대 뼈가 발견됐다. (사진제공=더 앤티쿼티)
덴마크 후텐에서 사리풀 씨앗을 넣은 로마시대 뼈가 발견됐다. (사진제공=더 앤티쿼티)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2000년전 로마시대 사람들이 동물의 뼈를 씨앗 보관용 통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9일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고고학자들이 최근 네덜란드 후텐에서 염소나 양의 대퇴부, 즉 넓적다리 뼈를 발견했다. 뼈 속에는 수백 개의 씨앗이 보관돼 있었다. 작은 씨앗들은 가짓과 식물인 사리풀에서 나온 것이다. 저널 앤티쿼티(journal Antiquity)에 따르면 사리풀은 약효와 환각 효과가 있는 식물이다. 

사리풀은 독이 있어서 잘 못 먹으면 미치광이처럼 발작한다고 해서 미치광이 풀로도 불린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사리풀은 한해살이 식물로 유럽이 원산지다. 전체에 털이 있어 깔깔하고 50∼80㎝ 높이까지 자란다. 한방에서는 8∼9월에 익은 종자를 털어 햇볕에 말린 것을 낭탕자·천선자(天仙子)라 하며 잎은 통증을 완화시키고 경련을 가라 앉히는 효능이 있어 위통·편두통·기침·천식·설사·악성종양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고고학자들은 씨앗들이 7.2㎝길이의 뼈 속에 의도적으로 넣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검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진 마개를 사용해 뼈 용기를 봉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같은 장소에서 발견된 도자기와 철사 브로치의 양식을 비교해 뼈의 연대를 서기 70년에서 100년 사이로 추정했다. 

씨앗을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관한 첫번째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 사실 사리풀 씨앗은 이 전부터 유럽 전역의 유적지에서 발견됐다. 가장 오래된 유적은 기원전 5500년 것이다. 하지만 사리풀 씨앗이 발견된 것만으로 의도적으로 보관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힘들었다. 잡초처럼 자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퍼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그루트 베를린자유대 동물고고학자는 "로마시대 네덜란드에서 사리풀 씨앗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당시 사리풀의 효능을 기록한 문서도 존재한다. 서기 23년부터 79년까지 살았던 로마시대 박물학자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는 그의 저서에서 사리풀 씨앗이 정신착란과 현기증을 일으킬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연구에서는 사리풀 씨앗이 의학적으로 사용됐고 환각제로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루트 교수는 "사리풀 씨앗은 다른 약용 식물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리풀 (사진제공=네이버)
사리풀 (사진제공=네이버)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