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4.02.09 14:5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터커 칼슨 엑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터커 칼슨 엑스)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러시아가 점유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인정하고 종전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8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지난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조만간 우리(러시아-우크라이나)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거의 마무리된 평화회담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 모든 합의를 버리고 서방과 유럽, 미국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와 끝까지 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서방의 권력자들은 이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의 종전 협상을 촉구하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멈춰야 한다”며 “국경 문제와 이민자 문제, 국가 부채 문제가 있는 미국이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차지할 수 있다면 종전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도 거론했다. 미국 대통령이 교체돼도 러시아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건 지도자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특정 인물의 성격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끝난 뒤 나토(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라트비아 등을 침략할 것이란 서방의 전망에 대해 “폴란드가 러시아를 공격할 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또 다른 침공은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019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이 없을 것이라 단언했음에도 이를 뒤집었다고 성토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이 조지아, 몰도바에 대해 양보한 적이 있느냐”고 푸틴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 몰아붙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그는 우크라이나를 평화로 이끌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기대로 집권했지만 유권자들을 속였다”고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터커 칼슨 엑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터커 칼슨 엑스)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이렇다 할 관계가 없었지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였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중국을 지목하면서 “서방은 강력한 러시아보다 강력한 중국을 더 두려워한다”며 “러시아 인구는 1억5000만명에 불과하나 중국은 15억명이고, 중국 경제는 연간 5%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최근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 이식에 나선 것을 거론하며 “나는 누구도 일론 머스크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머스크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에 대해서는 미국의 소행이라 주장했다. 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알리바이가 없다”고 해당 사건은 러시아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곰한 이후 서방 언론인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을 인터뷰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으로 알려진 극우 성향의 논객으로 활약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는 칼슨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공개됐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해당 인터뷰 영상의 조회 수는 5000만뷰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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