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2.16 15:27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메타버스로 MZ세대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CJ그룹)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메타버스로 MZ세대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CJ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해를 넘기며 장고를 거듭했지만, 그의 선택은 ‘관리’와 ‘안정’이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비껴가며 CJ제일제당만 변화를 준 것이다.

16일 CJ그룹은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복귀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에 복귀며, 실적 부진에 빠진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다. 강 대표 후임으로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CJ대한통운 대표에 오른다.

강 대표 외에 나머지 계열사 대표는 모두 자리를 지켰다.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를 비롯해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구창근 CJ ENM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등이 유임됐다.

이번 임원 인사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기 위해 장고를 거듭하지 않았냐는 관측이었다. 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의 판을 흔들 것이란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좋지 못한 상황에서 변화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 회장은 계열사 맏형인 CJ제일제당에 강 대표를 다시 불러들여 강 대표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간접 입증했다. 강 대표는 CJ제일제당의 실적 악화 주범인 F&C(배합사료 및 축산업) 사업의 개선이 우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F&C 사업부문은 2022년 7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8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로 인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195억원으로 전년보다 35.4% 폭락했다.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에서 사료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베트남에서 양돈 판매가가 크게 하락한 영향에 F&C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CJ피드앤케어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사료를 베트남 양돈농가에 공급하고, 생산된 양돈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한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돼지고기 소비량이 적어지면 곧장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업계 일각에서는 강 대표가 향후 F&C 사업이 호황을 보일 때 매각 대상을 적극 물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지역의 양돈 공급 확대를 꾀할 수도 있겠지만, 동남아 최대 인구의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이기에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창근 CJ ENM 대표이사. (사진제공=CJ그룹)
구창근 CJ ENM 대표이사. (사진제공=CJ그룹)

대표 자리를 이어가게 된 구창근 CJ ENM 대표와 허민회 CJ CGV 대표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2022년 10월 부임한 구 대표는 2025년 3월까지 임기가 아직 1년 이상 남아있다. 구 대표는 부임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에 나선 결과, 지난해 3분기 ‘깜짝 흑자’를 달성하는 등 적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적자 원인으로 지목되는 OTT 티빙의 수익성 확대와 인수에만 1조원 가까이 투입된 피프스시즌의 실적 악화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진단이다. 피프스시즌은 일본 콘텐츠 제작사 ‘토호’에게 2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자금난에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허 대표도 유임에 성공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지난해 그룹 전체로 번진 CJ CGV의 1조원 규모 유상증자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며, 국내 영화사업의 침체를 극복할 해외 영화 사업의 성장세가 관건이다. CJ CGV는 중국·튀르키예·베트남 등 6개국에 진출해있다.

한편, CJ그룹은 ‘2026 중기비전’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이번 임원인사에는 각 계열사 대표 외에도 신임 경영리더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2020년 19명 이후 최소폭의 임원 승진이며, 1980년대생 6명과 1990년생 1명 등 ‘젊은 피’ 수혈이 두드러졌다. 특히 지난달 이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과 공로를 인정받은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각각 6명, 4명의 승진자가 나와 실적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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