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2.13 16:53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제공=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제공=CJ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오리무중'이다. 통상 11월에 이뤄졌던 임원인사가 해를 넘긴 적은 지난 2017년 3월 6일 이후 근 7년 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인사 단행을 숙고하는 이유를 두고 그룹 전반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장고가 길어진 만큼, 그룹의 체질을 변화시킬 파격 인사의 등장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이르면 다음 주, 늦으면 이달 말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CJ그룹은 직원 인사를 3월 초에 진행하며, 계열사 주주총회 소집은 3월 10일 이후로 공시해왔다. 이를 고려하면 임원인사의 물리적 한계가 이달 말이라는 관측이다.

인사 지연의 배경에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이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을 때는 파격적 보상을 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반드시 책임을 지는 문화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일에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불러 모아 “그룹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 달라”고 높아진 위기의식을 간접 투영했다.

재계에서는 2017년 임원인사가 해를 넘겼을 때와 지금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당시 임원인사에서는 총 70명의 승진자와 함께 대표이사를 그대로 앉히는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뒷받침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보다 쇄신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계열사 맏형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7조8904억원에 영업이익은 81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35.4% 줄어든 결과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CJ ENM은 지난해 영업손실 14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시장에서는 CJ ENM의 적자 폭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지만, ‘콘텐츠 왕국’이라는 자존심 회복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달 10일 올리브영 사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달 10일 올리브영 사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CJ그룹)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를 비롯해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로 파악된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영업이익 4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해 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CJ프레시웨이의 정 대표도 같은 기간 연 매출 3조원 돌파(3조742억원)와 99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4% 증가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CJ CGV의 허 대표 역시 지난해 49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4년 만에 흑자전환해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반면 구창근 CJ ENM 대표는 하반기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지만, 전체 실적이 저조하면서 ‘신상필벌’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가 2026년 3월까지인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실적 부진 심화에 남은 임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CJ그룹 지주사인 CJ㈜가 최근 재무실 핵심 임원을 업무 배제한 조치를 두고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일부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조치는 지난해 CJ CGV의 유상증자 사태 등 외부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은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재무 전문가가 계열사 수장에 올라섰다면, 이번에는 재무통이 아닌 마케팅 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며 “마케팅 전문가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와 영업 전문가인 김찬호 CJ 푸드빌 대표가 걸출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재무로 대표되는 관리의 경영 기조를 벗어나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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