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2.19 20:00

이번 주 최종 후보 1인 확정…3월 말 정기주총서 최종 선임

KT&G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 중 내부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왼쪽)과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사진제공=KT&G)
KT&G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 중 내부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왼쪽)과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사진제공=KT&G)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담배 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KT&G가 차기 사장 인선을 4명으로 압축한 가운데, 이번 주 최종 사장 후보자 1인이 결정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부와 외부 각각 2명씩 선출한 후보명단에서 내부 인물에 비중을 둔 ‘순혈주의’에 무게를 싣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16일 차기 사장 2차 숏리스트(후보군)에 방경만(53) KT&G 수석부사장, 허철호(57) KGC인삼공사 사장 등 2명의 내부 인물을 공개했다. 외부 후보로는 권계현(60)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주(55) 전 AK홀딩스 사장이다.

사추위는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이번 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 공개할 방침이다. 최종 후보 1인은 3월 말 예정인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KT&G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다. 글로벌본부장과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백복인 현 사장과 이사회 사내이사 2명 중 1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은 KT&G 대구본부장, 남서울본부장을 지냈다. 2022년 3월부터 KT&G 자회사인 KGC인삼공사 사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방 부사장은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했고, 허철호 사장도 1996년 회사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판 ‘정통 KT&G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 부사장이 KT&G 사내이사인 점을 고려했을 때 차기 사장에 가깝다는 견해가 나온다. 다만, 방 부사장은 지난 2021년 KT&G의 미국 사업 철수 단행에서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동의가 수반되지 않은 결정을 내려 비판이 불거진 바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차기 회장 인선을 마무리한 포스코그룹의 사례가 KT&G에게 바로미터로 작동할 것으로 해석했다. 즉, 이번 KT&G 차기 사장도 순혈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장 인선을 앞두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으로부터 ‘내부 카르텔 타파’라는 요구를 강하게 받아왔다. 경찰 수사까지 받을 정도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지만,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맡은 사외이사들은 내부 후보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선택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특히 ‘이차전지 신화’로 일컬어지는 권영수 전 LG부회장의 탈락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포스코그룹 전반의 순혈주의를 간접 투영했다는 목소리다. 권 전 부회장은 포스코그룹이 역점으로 추진하는 이차전지 미래소재 분야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포스코그룹의 전례는 KT&G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들 중 포스코그룹은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복수의 외부 헤드헌팅 업체는 KT&G에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KT&G는 차 전 부회장을 1차 후보군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져 강력한 경쟁자를 사전에 배제했다. 차 전 부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진두지휘하면서 17년 연속 매출·영업이익 증가라는 넘보지 못할 대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KT&G 2차 후보 중 외부 인물인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담당과 중국법인 사업 총괄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도 애경그룹의 실적을 크게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이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회장을 내부 인물로 선택한 것은 KT&G에게 순혈주의 명맥을 이어가도 비판에서 자유롭다는 구실을 제공한다”며 “KT&G는 민영화 직전을 제외하고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내부 승진할 정도로 카르텔이 매우 견고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깨뜨린다는 것은 기존 서열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내부 반발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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