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2.23 17:00
방경만 KT&G 차기 사장 후보자. (사진제공=KT&G)
방경만 KT&G 차기 사장 후보자. (사진제공=KT&G)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KT&G가 차기 사장 최종 후보에 방경만 수석 부사장을 지목했다. 외부 인사를 허용치 않겠다는 ‘내부 승계’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사장 선임 과정이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담배 시장이 전자담배로 빠르게 전환되는 시점에서 방 부사장의 역할에 따라 회사 앞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4년 연속 영업이익 내리막…궐련 판매 첫 400만개비↓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의 차기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방 부사장은 KT&G의 수익성 방어라는 시급한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KT&G의 지난해 매출은 5조872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1679억원으로 전년보다 7.9% 하락했다. 일시적 하락이 아닌 2020년 이후 4년째 내리막길이다.

수익성 하락은 담배 원부자재 가격 인상부터 국내 흡연인구 감소세, 2015년 이후 9년째 제자리걸음인 담뱃값 동결, 부동산 사업의 손실(1100억원) 확대 등이 꼽힌다.

KT&G의 지난해 담배사업부문 영업이익은 97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 하락했다. 원부자재 비용 변동에 의한 손실이 2265억원으로 집계된다. 다만, 현 정부 임기 내 담뱃값 인상이 추진될 가능성에 힘이 실려 원부자재 손실을 만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궐련(일반 담배) 소비인구의 지속 감소세는 극복하기 힘든 숙제다. KT&G는 이달 7일 실적 컨퍼런스 콜을 열고 올해 국내 궐련 판매량이 최대 4%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처음으로 400억개비 이하로 내려오는 수치다. 결국 KT&G가 궐련 수익성을 높이려면 해외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KT&G는 해외 궐련 공급가격을 3~20% 인상해 국내 궐련 판매량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만회할 계획이다.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 3.0’.(사진제공=KT&G)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 3.0’.(사진제공=KT&G)

◆게임체인저 전자담배 ‘적과의 동침’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전자담배 시장의 패권 향배가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KT&G는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서 필립모리스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전자담배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딛고 선전한 결과다.

반면, 해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KT&G는 지난 2020년 필립모리스와 3년 계약을 맺고 자사 전자담배 ‘릴’의 해외 유통 판매망을 위임했다. 필립모리스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세계 30여 개 국가에 릴을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판매 성과가 나쁘지 않자 백복인 사장은 지난해 3월 필립모리스와 15년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G가 전자담배의 해외 시장 공략이 여의치 않자 경쟁사에 판매를 맡기기로 했지만, 이는 해외 영업망부터 마케팅까지 필립모리스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릴이 필립모리스의 하위 브랜드라는 소비자 인식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15년 장기계약은 양날의 검과 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T&G는 지난해 해외 전자담배 판매량이 82억4000만개비라 발표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전자담배 판매량 57억1000만개비보다 25억3000만개비가 많다. 전자담배 매출은 국내 5193억원, 해외 2601억원이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필립모리스와의 장기계약은 ‘최소보증수량’을 포함하고 있어 양사 협업을 통해 전자담배 사업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담배 산업은 현지 시장 규제 등으로 다른 소비재보다 신규 진출 진입장벽이 높고, 첫 출시 후에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에 안착할수록 점유율 상승 등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KT&G 전자담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2037년 5조8000억원, 한화투자증권은 6조6000억원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사진제공=국민연금)
(사진제공=국민연금)

◆국민연금 어떤 목소리 낼까…각종 논란 부담거리

방 부사장이 회사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주가치 하락을 이유로 맹공을 퍼붓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도 주목할 사안이다. KT&G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7.12%), 기업은행(6.93%), 국민연금(6.31%)으로 확인된다. FCP의 지분은 1% 미만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KT&G와 같이 대주주가 부재한 소유분산기업의 최고경영자 선임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2022년 말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으며, 최근 포스코홀딩스의 회장 선임에 투명성을 높일 것을 강하게 주문하는 등 ‘외부 수혈’을 간접 요구했다.

한편에서는 국민연금이 다음 달 열릴 KT&G 주주총회 전에 방 부사장의 사장 선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혹은 기업은행이 이사회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방 부사장 선임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시선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손을 들어줬지만, 지금은 이사회 손을 들어주기 곤란한 형편이다.

최근 KT&G는 미국 주정부로부터 약 1조5400억원의 장기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여기에 담배 관련 규제를 막기 위해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 사외이사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에 일부 시민단체가 고발에 나서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현 FCP 대표는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국민연금은 지난해 KT&G 주총에서 현 경영진 편을 들었다가 주가 폭락 후 저가에 주식을 매도하며 3대주주로 내려 앉았다”며 “KT, 포스코의 연임 및 내부 승계에 호루라기를 불어온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자행되는 KT&G의 ‘밀실 선거’는 애써 못 본 척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차기 사장 인선에 국민연금이 반기를 들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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