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24 09:53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의사 집단행동 대비 관련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의사 집단행동 대비 관련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2000명 의대증원에 반발해 20일부터 촉발된 전공의들의 집단 현장이탈이 24일로 닷새째가 된다.

80%에 육박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일부는 복귀했다고 전해지지만 전임의 등 다른 의사들까지 가세할 경우 현장이탈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등 의료공백에 따른 대비책을 내놓았다. 또 물밑에서 의사단체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의료단체 모두 이번 갈등의 핵심인 '2000명 증원'을 두고 상호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일 열린 TV 토론에서 보건복지부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책적 유연성이 없으니 무슨 대화를 하겠느냐"고 정부를 비방했다. 

정부는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렸다. 또 국무총리 직속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경보 단계가 '심각'까지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3058명이던 의대 총 입학정원을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2000명 늘려 5058명 선발하겠다는 지난 6일 정부 발표에 상당수 의사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의대 졸업 후 의사면허를 딴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불만이 가장 크다,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에서 78.5%인 88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상태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이다. 복지부는 21일 오후 10시까지 100개 병원을 집계했지만 자료를 부실하게 낸 6개 병원을 제외한 것이다. 따라서 21일 오후 10시 기준 9275명이 사직서를 내고 8024명이 이탈했다는 집계보다 수치 자체는 줄었으나 전공의 사직 자체는 소폭 늘었을 수 있다. 국내 전체 전공의가 약 1만3000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80%에 육박한 규모가 단시간 내 병원을 떠났다는 얘기가 된다. 

전공의가 떠난 현장은 수술을 30~50% 줄일 만큼 혼란에 빠져 있다. 수술과 입원 취소, 진료 연기 등으로 환자 불편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가 떠난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가 채우고는 있지만 피로도는 커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주말이 사태의 골든타임"이라며 "주말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파국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에 "전공의들이 납득할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82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이거나 근무 예정인 임상강사·전임의들도 20일 입장문을 내고 집단 이탈에 동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의 경우 총 36개교에서 1만1481명이 휴학을 신청하는 등 의료계 집단 이탈에 동참하는 추세다. 이는 전체의 61% 규모로 교육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대한의사협회는 빠르면 25일 전 회원 대상 집단행동 개시 여부 투표에 나선다.

정부는 23일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될 때까지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등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또 집단행동 주동자와 배후 세력의 구속수사 가능성 등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하면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하는데 이탈 여파가 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의 소통이 관건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요구안을 어느 정도 정부가 수용한다면 언제든지 병원에 돌아갈 의향들이 있다"면서 정부의 빠른 결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대전협의 첫번째 요구사항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화를 하지말자'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 

양측을 중재할 의학계나 사회 원로 그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양측이 강대강으로 충돌하고 있어서, 감정적인 언어를 강도 높게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2주 이내 대타협 방안이 나와야 하는 데,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국민 피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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