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24 15:32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첫 주말.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병원은 응급실은 사용 가능한 병상수가 50% 미만인 '빨간불' 상태가 이어졌다.

응급의료포털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대병원은 26개 일반 병상이 모두 가동 중으로 4명의 환자는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또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4명의 응급 환자가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두 병원 모두 소아 응급실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의료계는 이번 주말이 파국 기로에 선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와 의사 집단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A 씨(67·남)는 "황달이 심해져 병원에 왔는데 CT 촬영이 자꾸 지연되니 수술도 밀리고 다 꼬이고 있다"며 "의사들은 사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데 밥그릇 싸움하자고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응급실 환자들은 대기가 길어지면서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입원은 대부분 거절당하고 있다. 

전날 밤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나온 40대 박 모 씨는 "고1 딸이 응급실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들 파업 때문에 입원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소아 환자들 위주로 입원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아과 환자를 둔 부모들도 사태가 지속되면서 역시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은 30대 여성 정 모 씨는 "두 살 아이가 대장 문제가 있어 수원에서 여기까지 진료를 보러 왔는데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며 "주변에 주사 치료를 받는 애들은 의사 파업 이후 3시간까지 기다릴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을 밀어붙일 경우 더 큰 의료 대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50대 교수는 "아직은 의료 대란까진 아니지만 교수까지 나가면 정말 의료가 무너질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나가는 걸로 끝나지 않고 정부가 계속 이를 밀어붙이면 교수들도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헀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일 이와 관련해 "이번 주말이 사태의 골든타임"이라며 "주말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파국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비대위는 정부가 전공의들이 납득할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이들과 같이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0시 주요 94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에 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