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08 11:3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진은 올해 신년사를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신세계그룹 뉴스룸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진은 올해 신년사를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신세계그룹 뉴스룸 캡처)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신세계그룹을 진두지휘한다. 지난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18년 만에 ‘대권’을 잡은 셈이다.

8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승진 이유를 두고 유통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면서 위기의 정면 돌파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원팀’을 이뤄내 ‘1등 기업’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정 회장의 승진과 상관없이 이명희 총괄회장이 신세계그룹 총수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한편에서는 그간 정 회장이 그룹 주요 의사결정을 해 온 만큼, 어머니인 이 총괄회장이 자연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 회장 승진의 배경으로 지난해 임원 인사개편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이 총괄회장의 주도로 대단위 ‘물갈이’에 나선 바 있다. 그룹 핵심인 이마트와 신세계 대표이사 자리를 모두 교체한 고강도 쇄신 인사였다.

지난 2019년 영입돼 ‘정용진의 남자’로 평가받았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으며, 정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신임한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이 총괄회장이 ‘남매 경영’을 믿지 못해 다시 경영 핸들을 잡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하지만, 이번에 정 회장이 승진하면서 세간의 의구심을 한 번에 불식시켰다. 정 회장 중심으로 그룹을 결속시키려는 이 총괄회장의 의지를 확인하며 남매 경영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 정점에 올라선 정 회장이 리더십을 입증하려면, 우선적으로 이마트의 실적 부진을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472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2013년 7351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의 ‘격세지감’이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에게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뼈아픈 결과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298억원으로 이마트를 첫 추월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15억원이다.

이마트가 실적 부진을 해소하려면 이커머스 사업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인수를 위해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금액인 3조5591억원을 투입했다. 인수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하면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까지 진출하려는 ‘한국판 아마존’을 꿈꿨지만, 인수 첫해부터 실적 부진에 휩싸였다.

한편에서는 최근 정식 영업을 시작한 ‘스타필드 수원’과 이마트의 리뉴얼 대표 매장으로 꼽히는 경기도 고양시 ‘더타운몰 킨텍스점’이 초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정 회장이 오프라인과 이커머스의 연계성을 더욱 고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월 26일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월 26일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업계 한 관계자는 “체험형 매장을 강화하겠다는 정 회장의 오프라인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본업 오프라인에 힘을 실으면서 이커머스가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특화된 이커머스로 차별성을 시도할 것”이라며 “초저가 경쟁이라는 국내 이커머스의 획일된 전략보다 이커머스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지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세계그룹 측은 “신세계는 국내 유통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공했다”며 “정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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