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12 16:06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부터 프로야구 KBO리그는 돈을 주고 보게 됐다. 물론 온라인 한정이다. TV로 시청할 때는 기존처럼 케이블 스포츠채널 등에서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시작된 KBO리그 시범경기에서는 온라인 독점 중계권을 따낸 티빙(TVING)의 역량이 확인됐다. '웃프다'(웃기면서 슬픈)로 요약할 수 있다. 3년간 1350억원, 연평균 450억원을 투입해 중계권을 따냈지만 미흡한 준비만 여실히 드러났다.

시범경기 후 야구팬들은 '3루 세이브', '22번 타자' 등 티빙의 괴상한 자막을 담은 티빙 하이라이트 화면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세이브, 세이프야 영어나 한글이나 한 글자 차이니 혹시 모를 실수라고 넘어가도 22번 타자는 야구팬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괴한 표현이다. 2022년 은퇴한 이대호의 등번호는 10번이지만 그의 별명은 '조선의 4번 타자'지 '조선의 10번 타자'가 아니다. 

출전 선수 이름을 아예 틀리기도 했다. 3루수 득점이라는 자막도 있다. 주자도 아닌 수비수가 어찌 점수를 낸단 말인가. 큰돈 들여 중계권만 따냈지, 정작 야구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12일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TVING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미흡했던 부분은 충분히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대응 가능한 부분은 해결했다"며 "야구팬의 염려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본 시즌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가지고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가뜩이나 한 달에 최소 5500원이라는 추가 비용을 내는 상황이라 야구팬의 불만이 가득한데, 긁어 부스럼이다. 사실 김하성이 활약하는 메이저리그와 손흥민이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스포츠 경기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보고 있는 만큼, 유료화 전환이 무조건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다.

기자도 월정액을 내고 스포티비에 가입해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NBA 등 각종 국내외 스포츠 경기를 보고, NFL과 F1과 같은 국내에서 조금 마이너할 수 있는 장르는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한다.

스포츠를 돈 주고 보는 게 마냥 어색한 시대가 결코 아니다. 적절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수긍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40년째 프로야구를 보는 사람이 수두룩한 대한민국서 돈 받고 야구를 보여주기로 했다면 좀 더 많이 고민해야 했다. 가뜩이나 날을 세우고 있는 팬들에게 낮은 품질의 서비스로 첫인사를 건네면 어처구니가 없지 않겠나. 

KBO리그가 티빙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미끼상품일지라도 이대로면 있던 가입자도 떠날 판국이다. 티빙 끊는다고 프로야구를 아예 못 보는 것도 아니다. 퇴근 후 TV로 케이블 중계를 보면 된다. 이 정도는 항의 차원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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